세계인구가 1804년 10억명을 돌파한 후 1927년 20억, 1974년 40억, 1999년 60억을 거쳐 현재 약 73억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것도 의학 발전에 의한 평균수명 증가와 함께 식물영양 등 농업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고 화학비료와 합성농약 사용으로 농업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20세기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환경부담을 수반하는 증산위주의 상업적 화학농업의 한계를 감지하고 환경과 생명을 중시하는 철학적 농업운동인 유기농업이 1920년대부터 민간에서 대두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1972년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이 설립되어 유기농업 인증제도가 도입되고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국제적 운동을 추진하였다. IFOAM은 설립 전후를 유기농 1.0과 유기농 2.0으로 구분한다. 유기농업이 1970년대 중반에 시작된 우리나라는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된 1997년을 기준으로 유기농 1.0과 2.0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그리고 2년전 충북 괴산에서 개최된 '2015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폐막식에서 IFOAM의 괴산세계유기농 3.0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즉, 과거의 유기농을 넘어서 건강, 생태, 공정, 배려라는 유기농의 4대 원칙을 중심에 두고 전 세계의 식량과 농업시스템이 생태학적 건전성, 경제적 실행가능성, 사회적 정당성, 문화적 다양성, 명백한 책임성에 기초해야 할 것임을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재배면적의 1% 수준인 유기농업을 주류화하고 환경과 사회문화적 시스템에 생명존중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진보된 단계의 유기농업을 실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렇듯 의미가 큰 '유기농 3.0 괴산선언'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스스로 국제기준의 생산체계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유기농식품은 국제적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에서 운영하는 코덱스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기준을 따른다. 지역의 재생가능한 자원을 이용한 순환농업이 원칙인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유기축산 자원과 여건이 매우 부족하고, 유기적 경축순환농업이 어려워 유기농산물 생산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부득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유기자재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현대의 유기농업이 단순히 비료와 농약이 없던 옛날 원시기술로 짓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과학적 발전이 이룬 지혜를 접목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작년에 유기농업팀을 신설하여 부족한 우리 토종자원으로도 충분한 유기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전망도 밝다.
여기에 안전한 먹거리와 가족건강 중심의 다소 좁은 우리의 유기식품 소비동기에 더해, 환경보전 등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생명중시 철학에 대한 응원 동기가 더해진다면 우리의 유기농 3.0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강창성 경기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