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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인 어제 남북 대화 제의를 더블로 했다. 국방부는 남북 군사당국자 회담을 오는 21일 판문점에서 갖자고 했고 대한적십자사도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접촉을 8월 1일 갖자고 제의했다. 그렇잖아도 북한은 작년 5월 '북남 군사당국 회담'을 여러 차례 제의했었다.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 조평통 등 당시 통일부가 확인한 게 8차례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응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그로부터 1년 2개월 만에 문재인 정부가 응답한 결과가 된 거다. 그 당시 문 정권이었다면 어땠을까. 군사당국자 회담이고 뭐고 정상회담부터 하자고 했을 게다. 북한엔 남조선 MB~박근혜 정부 9년이 잃어버린 세월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G20 '신 베를린 선언'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북측은 그 베를린 선언을 '잠꼬대 같은 궤변'이라고 뭉개버렸지만 내심은 어땠을까.

북측에서 급한 건 북남 정상회담이다. 김정은은 DJ~노무현과 김정일 회담 후속편을 꿈꾸고 있을 게 분명하다. 2000년 6월 76세 노구를 이끌고 달려가 18년 연하의 김정일을 마치 제후국 제후가 천자를 알현하듯이 만났고 13억4천500만 달러를 조공(朝貢)처럼 바치지 않았던가. 2007년 노무현은 더 많은 돈을 진상했다. 문 대통령이 세 번째 천사가 돼주기를 바랄 게다.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동안 중단하는 체 하면 그만이다. '난미엔(南面)'이라는 중국말이 있다. 옛날 군주가 조정의 북쪽에 앉아 얼굴을 남쪽으로 향했다는 뜻이다. 신하가 유배를 가면서도 북쪽(임금)을 향해 큰절을 올렸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그런데 중국어사전의 '南北對話(난베이뚜이화)' 뜻은 전혀 다르다. '주로 북반구에 속한 선진국과 남반구 개발도상국 사이의 정치적 경제적 협상'이라는 거다. '적십자'도 중국에선 '紅十字(훙스쯔)'라고 한다. 赤자가 아닌 紅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기도 적기가 아닌 '홍기(紅旗)'고 1960~70년대 문화혁명의 마오쩌둥(毛澤東) 수족 행동대원들이었던 '마오 빠' 홍위병(紅衛兵)도 '적위병'이 아닌 홍위병이었다. 붉은 별도 紅星, 가계 적자도 紅字, 핏발 선 눈도 '紅眼'이다. 적십자사도 중국에선 '홍십자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