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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15팀 20여점 기획전 4차 산업혁명 시대 희망·불안 모두 담아
로봇·접합·포스트휴먼 다양한 질문… 새로운 관계 맺기 숙제 떠안겨


인간과 기계
/아이클릭아트
1965년, 백남준은 '사이버네틱스 예술'을 선언했다. 그는 첨단기술이 발전하며 수반되는 인간의 고통과 좌절을 첨단기술이 가미된 예술적 카타르시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을 조정하거나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대상으로 인정하자는 것인데, 당시로선 지나치게 앞서나간 주장이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11월 5일까지 여는 기획전 '우리의 밝은 미래-사이버네틱 환상'은 52년 전에 백남준이 예견한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현시대 관점에서 풀어낸 전시다. 우리 사회도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때부터 충격은 본격화됐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주는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갈지 모른다는 불안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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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펠라 페트릭의 '비참한 기계'/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전시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사회의 희망과 불안을 모두 담았다. 대신 인간의 관점이 아닌, 기계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데 중점을 두었다.

구정화 학예사는 "작가들은 기계를 인간과 같은 대상으로서 인식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며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적 관계로, 인간이 비인간적인 것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를 구성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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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쩐쭝의 '위장'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국내외 작가 15팀이 전시에 참가해 2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로봇' '접합' '포스트휴먼'을 세부 주제로 구성해 각 섹션별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로봇섹션에는 인간과 기계의 갈등으로 균열된 현장을 로봇의 관점에서 적나라하게 말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만든 인공지능 '테이'에게 소셜미디어 속 수많은 사람들이 대량학살, 인종차별 등을 입력하면서 하루 만에 테이가 없어진 사건을 그린 자크 블라스 & 제미마 와이먼 '나는 여기에서 공부하는 중'이 눈에 띈다.

전시는 관객에게 많은 숙제를 안겼다. 그래서 전시가 다소 무겁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밝은 미래라고 명명했지만, 작품 곳곳에서 비인간에 대한 공포와 불안도 엿보인다. 과연 우리는 기계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