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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는 1966년 영국의 디자이너 매리 퀀트(Mary Quant)가 발표해 전 세계에 선풍적인 인기와 유행을 몰고 온 의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미니스커트를 처음으로 입은 사람은 가수 윤복희 씨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1996년 한 백화점은 자사 CF를 통해 1967년 윤씨가 미국에서 귀국할 당시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비행기에서 내린 다음 "미쳤어!"라고 외치는 성난 시민들로부터 계란세례를 받는 흑백 영상을 선보였다.

이 CF 때문에 윤 씨가 실제 봉변을 당했던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 CF에 등장하는 여성은 윤 씨의 대역배우이고 흑백필름 또한 CF를 위해 만들어진 '페이크 다큐(fake documentary)'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윤씨가 2008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백하면서 확인됐다. 그는 "바쁜 미국생활 중에 휴가를 얻어 귀국했는데 당시(1월)에는 너무 추워서 털코트에 장화를 신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윤씨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귀국한 것도,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시민들이 계란을 던진 것도 모두 가짜였던 것이다.

그러나 윤씨가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킨 장본인은 맞다. 그는 귀국 후 한 패션쇼에서 미니스커트를 처음 선보였고, 앨범 재킷에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진을 실어 유행을 선도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1968년 12월 미니스커트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까지 올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미니스커트 착용이 풍기를 문란하게 한다는 이유로 경범죄 처벌 대상에 올려 여성들에게 벌금형을 물리기도 했다.

이런 일이 요즘에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젊은 여성이 배꼽티와 미니스커트를 입고 공공장소를 걷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는데 사우디 당국이 이를 위법행위로 판단, 처벌을 고민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전통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 기회에 잘못된 의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미니스커트 착용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