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계에 대해서만 대출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가계대출금리가 7년 2개월 만에 기업대출 금리보다 높아졌다.

가계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집을 담보로 잡혀도 대기업보다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시중금리는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보여 취약 서민층의 대출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대출 기준)는 지난 5월 현재 연 3.47%로 집계돼 기업대출 금리 연 3.45%보다 0.02%포인트(p) 높아졌다.

4월엔 가계대출금리가 3.41%, 기업대출 금리가 3.42%로 기업대출 금리가 높았다.

하지만 한 달 새 가계대출금리 상승 폭(0.06%p)이 기업대출 금리 상승 폭(0.03%p)의 2배에 달하는 등 가파르게 오르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가계대출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높아진 것은 2010년 3월(가계 5.80%, 기업 5.74%) 이후 7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5월 가계대출금리는 중소기업 대출금리(3.66%)보다 낮지만, 대기업 대출금리(3.11%)보다는 0.36%p나 높다.

심지어 집을 담보로 잡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3.26%로 대기업 대출금리보다 0.13%p나 높다.

은행들은 가계대출금리를 꾸준히 올려온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소폭 내리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대출금리는 작년 8월 2.95%로 저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5월 금리는 작년 말보다 0.18%p 오른 수준이다.

반대로 5월 기업대출 금리는 작년 말(3.54%)보다 0.09%p 내렸다.

가계대출은 심지어 담보나 보증이 있어도 대기업대출보다 금리가 높다. 5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26%로 대기업 대출금리보다 높았고 최근엔 은행 상품별로 최고 4.684%까지 치솟았다.

가계에 대한 보증대출 금리도 5월 3.29%로 올라 대기업대출 금리보다 0.18%p 높았다.

이는 기업의 신용도가 아무래도 가계보다 높은 데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기간이 기업 운영자금 대출보다 기간이 긴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전반적인 금리 상승기에 기업대출 금리는 내리면서 유독 가계대출금리만 가파르게 인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구나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에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금리가 소폭 하락한 상황이다.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수익의 근간이 되는 대출금리·예금금리 차이는 1.97%p까지 확대돼 2%에 육박했다.

이런 예대금리차 수익을 바탕으로 KB금융과 신한금융 등은 올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