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북한 여행 금지령을 내렸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21일 '오는 8월말부터 5년간 국내외 모든 미국인의 북한 도항(渡航)을 금지한다'고 했다. '체포와 장기 구속 등 심각한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지만 직접적 계기는 1년 5개월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달 식물인간으로 귀국, 숨진 대학생 웜 비어 사례다. 그런데 1년에 4천~5천명의 미국인이 굳이 북한에 간 이유가 뭘까. 생지옥이 어떤지 체험하기 위한 호기심 발동일까. 지난 20일 런던 톰슨 로이터 재단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은 2001년 이래 16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쌀 옥수수 감자 콩 등 주요 농산물 생육을 망쳐 대규모 식량 수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빈센트 마틴 FAO 중국·북한 담당자는 '북한 전체 곡물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남포특별시, 평안남북도, 황해도 등의 가뭄이 극심했다'고 밝혔다.
굶어죽지만 않으면 다행인 게 북한 인민이다. 지난 9일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6월말 청진 시 부령구역 창평리에선 남자 형제가 굶어죽었고 무수리와 석봉리에서도 부부가 연이어 아사자 시체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그런 지경에 미국의 북한 여행 금지령으로 관광 수입마저 대폭 막힐 판이다. 그런데도, 인민이야 굶어 죽든 말든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미쳐 있는 게 북한이다. 웜 비어의 죽음으로 미국 여론은 악화일로다. 대북 군사적 옵션도 찬성한다는 거다. 드디어 미 중앙정보국(CIA) 마이크 폼페오 국장은 지난 20일 콜로라도 주에서 열린 안보 포럼에서 '김정은 축출'을 시사했다. "북핵 위협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계획의 초안을 작성 중"이라는 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대화하자는데 왜 답이 없냐며 애걸복걸 비대발괄 아닌가. 슬프게 빌고 엎드려 비는 게 '哀乞伏乞'이고 하소연하면서 간절히 청하여 비는 게 '비대발괄'이다. 일본에선 '절하며 엎어지듯 하는 게(오가미타오스코토)' 비대발괄이고 중국엔 '쿠쿠아이치우(苦苦哀求)'라는 말도 있다. 쓰디쓰고도 슬프게 구한다는 뜻이다. 미국 언론도 '진지하게 구걸하기(beg earnestly)'라고 꼬집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있다면 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