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학계 일부에서 남장여자의 설정은 지나친 역사왜곡이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주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신윤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묻는 질문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다.
신윤복에 대한 관심은 다시 영화로 이어졌다. 논란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사람들이 조선시대의 화가에 대해서, 그들의 작품과 예술가로서의 삶의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김명국, 윤두서, 조영석, 심사정, 이인상, 최북, 정선, 김홍도. 이 여덟 명 중에 학교나 방송, 책 또는 그 외의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술사를 전공하지 않은 보통의 일반 사람들은 기껏 많아야 두세 명 정도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 여덟 명의 공통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인들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고흐나 피카소, 고갱, 미켈란젤로는 알아도 우리 조상들의 정서나 생활상을 그려낸 화가들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 채 지내고 있다. 유홍준의 『화인열전 1·2』은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자기반성이 낳은 우리시대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다.
유홍준의 '화인열전'은 조선시대 환쟁이라 불리며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조선시대 화인들의 삶과 예술세계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신필이라 불렸을 정도로 천재성을 지녔지만 신분차별의 벽을 넘지 못했던 김명국, 기존의 신선이나 선비를 주제로 한 그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농민을 주제로 한 그림인 '속화'를 개척한 시대의 지식인 윤두서의 이야기가 있다.
유홍준이 '조선적인 인물화는 조선 300년 역사 속에 관아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평할 만큼 탁월한 그림솜씨를 지녔으나 선비의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림 그리는 것을 삼갔던 조영석, 어려운 환경에서 고독과 가난을 예술로 승화시켜 주옥같은 명작들을 남긴 심사정, 가장 조선적인 불세출의 화가 김홍도 등 유홍준이 짜임새 있게 엮어가는 화인들의 이야기는 자못 흥미롭다.
유홍준의 '화인열전'은 화가의 일생을 연대기로 기술한 것이 아니라 평전의 형식을 빌려 그들의 예술정신과 인생관을 비교적 쉬운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책 속 가득히 실린 300여장의 컬러 도판을 통해 조선시대 회화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면 거의 모든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이다. 방학이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늘 지내는 곳에서 벗어나 북적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싶어진다. 그리 멀리 갈 필요가 없이 우리네 주변으로 눈을 돌렸으면 한다. 번잡한 일상을 잠시 뒤로 미루고 예술의 향취에 빠져 보자.
가족, 또는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가까운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사전에 관련 책을 읽고 가면 더욱 좋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 발걸음을 내딛었으면 한다. 그 때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인천시교육청 장학관
※위 독서정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