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천 대학에 진학한 유학생들 '씁쓸'
총장들 역차별 주장 '지방대학 지정' 요구
빈사지경의 지방대학에도 하반기 취업시즌에 즈음해서 서광이 비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로망인 '신의 직장'에 대한 지방대생들의 취업기회가 한층 넓어진 것이다. 정부는 8월부터 모든 공공부문 신규모집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지역인재 30% 할당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지방이전 공공기관과 공기업 본사들이 소재한 지역 학교 졸업예정자들이 혜택을 더 많이 볼 예정이다.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란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전체 모집인원의 30% 이상을 본사 소재지 광역자치단체에서 최종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 채우는 제도로 그동안은 성과가 신통치 못했다. 혁신도시법과 지방대육성법의 경우 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수 300인 이상 기업은 신규 채용인원의 일정비율(35%) 이상을 지역인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했을 뿐 의무사항이 아닌 때문이다. 블라인드채용이란 입사지원서에 사진, 가족관계, 출신지역, 학교, 전공, 성적 등의 기재를 금지하는 대신 지원한 직무와 관련한 과목이수 및 교육과정 정도만 기재하면 된다. 고학력과 자격증 등 고(高)스펙 아니면 서류도 내밀기 어려운 채용시장을 감안할 때 지방대생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들의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예정인원만 1만여 명에 이른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부문 신규채용 때 서울소재 대학이나 지방대 출신이 똑같은 조건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이번 하반기부터 당장 실시했으면 한다"는 발언이 발단이었다. 그 와중에서 문 대통령은 지역인재 채용실태에 대해 "공공기관에 따라 어떤 곳은 10%도 안 될 정도로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며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30%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준을 세우고 당장 실행할 것을 주문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0% 채용은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법으로 의무화하고자 혁신도시법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지지부진한 혁신도시 효과 제고를 통한 국토 균형발전은 물론 사회형평화 차원에서도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총 5건의 지역할당제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의 지방공기업 지역인재 35% 이상 채용 의무화 법안 및 이찬열 의원의 30% 지역인재 채용비율 의무화 추진이 대표적이다. 지방소재 각 지자체들은 물실호기라며 이참에 지역할당의무화 작업을 밀어붙일 태세이다.
그러나 반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방에서 출생해 그 지역의 초중고를 졸업하고 타지에서 대학을 졸업했을 경우 혜택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해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고 이를 위해 비싼 등록금과 주거비,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불편함도 기꺼이 감수했건만"하는 어느 유학생의 자조가 씁쓸하다. 지역인재 채용의무화 강제의 위헌논란도 주목대상이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공약했으나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채용장려제로 전환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참담한 사람들은 경기도와 인천 소재 대학 재학생들이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21일에 경인지역 32개 대학 총장들이 대학여건이 지방대학보다 나은 게 없는데 서울소재 대학과 함께 한꺼번에 수도권 대학으로 분류되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해 지방대학 지정을 요구했겠는가.
계륵신세의 서울변두리 대학생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다. 정부는 경인지역 대학생들의 '을의 눈물'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