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물로 여긴다는 공통점
초기대처 제대로 못해 재발 높고
피해자 자존감 심각하게 훼손
가정폭력에 오래 노출된 아이들
성인되면 대물림 가해자 되기도

팔, 다리뿐 아니라 눈과 코가 부어 오른 피멍든 사진은 차마 평정심을 가지고 보기 어려워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흐린 날인데도 상담실 안에 들어온 후, 문이 닫혀야 겨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선글라스를 벗는 손님의 눈 주위도 빨갛다.
가정폭력은 아직까지도 이혼 소송의 주된 이유이다. 대부분은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는 경우지만 요즘은 여성도 남성을 폭행하는 경우도 있고, 시부모가 며느리를, 장인 장모가 사위를 폭행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처음 폭행을 당했을 때 112신고를 하기보다는 친구나 부모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혼자 삭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폭행은 처음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후 지속될 수도 있고, 근절될 수도 있어서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서는 아직도 가정 내의 폭행을 생판 모르는 타인으로부터 맞은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대부분 신고를 꺼려한다. 처음이 어렵지 두세 번째가 되면 가해자는 죄책감을 찾기보다는 합리화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가정폭력이 상습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통상은 112신고를 하면 경찰이 수분 내로 출동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한 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어떤 가해자는 경찰이 도착 전 자리를 피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가정일에 웬 간섭이냐고 큰소리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경찰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 처벌을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한 후, 격리조치나 100m 접근금지 등 긴급임시조치를 한다. 피해자가 집에 그대로 있겠다고 하면 가해자에게는 집을 피하여 다른 곳에서 머물 수 있도록 계도를 한다. 전화나 문자를 금지하고, 집이나 직장에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는 경찰이 검찰에게 신청하여 법원에서 최종결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2개월간 가능하고, 추후 연장도 가능하다.
지난주 한 젊은 여성이 남자친구로부터 폭행을 당해 치아가 5개나 부러지는 중상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다. 주변인의 도움으로 그나마 폭행이 중단되어 더 큰 화를 면했고, CCTV 동영상까지 공개돼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한 피해자만 46명에 이른다고 하니 기막힐 노릇이다. 가정 폭력처럼 데이트 폭력도 신고를 꺼리는 관행 때문에 신고 건수보다 발생 건수가 훨씬 많다. 그러나 서로 다른 점은 경찰에 신고되어도 현재나 과거의 가족구성원간, 사실혼 배우자 간 이라는 전제조건에 맞지 않다 보니 특례법을 적용할 수 없어 경찰이 격리 조치 등 긴급임시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경고 정도에 그칠 뿐이고, 법적 강제성도 없다. 작년 어느 데이트 폭력 가해자가 경찰 조사 직후 피해자를 다시 찾아가 더 심한 폭행으로 보복한 사례도 있었고, 끝내 그 피해자는 며칠 후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이래서야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가 신고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매우 걱정스럽다. 폐기되었던 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빠른 시일 내 다시 발의되거나 더 개선된 법이 제정되길 촉구한다.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의 공통점은 상대방을 자신이 마음대로 다루어도 되는 소유물로 여긴다는 점이다. 또 초기 대처를 제대로 못 했을 때 재발률이 높고, 피해자의 자존감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 가정 내 폭력에 오랜 기간 노출된 아동들 역시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폭력을 극도로 혐오하거나 아니면 자신도 모르게 대물림 되어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불행이 유전된다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더 이상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뉴스가 나오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장미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