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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등으로 인한 사고가 두려워 건설 중인 원전까지 중단한다는 건 어이가 없다. 그래서 떠오르는 말이 '기우(杞憂)'다. 중국 杞나라 사람들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는 고사에서 생긴 말이 '기우'지만 그게 언젯적 나라던가. 기원 전 11세기에서 기원 전 256년의 아득한 고대(周代) 국가가 杞였다. 위치는 현 허난(河南)성 동부 杞현 현청 소재지로 카이펑(開封)시 남동부 50㎞ 지점이다. 하긴 그런 아득한 옛날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다. 지구는 둥근 게 아니라 평지고 하늘엔 지붕 같은 게 덮여 있다고 믿었을지도 모른다는…. 일본에선 '기우(키유)'를 '군걱정(토리코시구로)'이라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사고가 두려워 차도 안 타고 추락할까 겁나 비행기도 못 타는가 하면 땅 꺼짐 현상으로 생매장될까 길바닥도 못 걷는 게 군걱정이고 기우다.

중국의 그 많은 원전(2030년까지 110기 건설)은 거의가 장쑤(江蘇)~저장(浙江)~푸젠(福建)~광둥(廣東)성 등 동쪽 끝 해안에 있다. 쓰촨(四川)성 지진대야 멀지만 문제는 대만 앞바다 상습 지진 해역이다. 그 지진은 강도에 따라 쓰나미(해일)가 저장~푸젠성 원전을 덮칠 수도 있고 바로 인천 건너 산둥(山東)성 원전은 어떤가. 사고가 났다 하면 하루 이틀 만에 한반도까지 낙진이 덮일 수 있다. 그런 재앙이 무서우면 서해 연안에 차단막이라도 쳐야 할 게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원전 공론화 위원 9명을 임명했다. 3개월 간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지만 그들이 누구인가. 2005년 노무현 때 대법관으로 임명, 2011년 물러날 때까지 진보 성향 판결을 했다는 김지형 위원장을 비롯해 원자력공학 전공의 에너지 전문가는 한 사람도 없다. 문 대통령이 원전 포기 '사론(私論)'을 요지부동 굳혀 놓고 공연히 공론화 통과의례를 치르겠다는 그런 뻔한 속셈 아닌가.

'근종(근從)'이라는 말이 있다. 모시고 따라가는 게 근종이지만 근이 '발뒤꿈치 근'자다. 앞사람 발뒤꿈치를 졸졸 따라가는 게 근종이다. 추수(追隨)하는 거다. 공론화 위원들의 공론이야 뻔할 게다. 그들의 귀에 지난 5일 국내외 60개 대학 공대 교수의 성명이 들렸을 리 없다. '원전 말살은 제왕적 조치'라는….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