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6·25 전쟁이 나자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 참전한 유엔(UN)군은 21개국, 연인원 195만7천616명이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한국전쟁 기간 유엔군 15만1천129명(사망 3만7천902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다시 일어섰다.
유엔군 가운데 '강뉴(Kagnew)'라는 부대 이름으로 참전한 에티오피아 군인들이 있었다. 유일한 아프리카 군대로, 강뉴는 '상대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거나 궤멸시키는 부대'란 뜻이라고 한다. 부대원들은 황실 근위대 소속으로 복무하다 정부의 파병 결정으로 한국에 오게 됐다. 영국 교관들에게 수개월 강도 높은 교육을 받고 1951년 4월 조국을 출발, 21일 동안 배를 타고 5월 6일 부산에 도착했다. 이후 양구·화천·철원 등 최전방 격전지에서 253회의 전투에 참여했다. 122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부상했다.
한국에서 용맹을 떨치고 귀국한 용사들에게 황제는 수도 아디스아바바 동쪽 예카 지역의 땅을 하사했다. 한국 지형과 비슷해 파병 전 훈련을 받았던 지역이었다. 이들이 정착하면서 코리아타운이 형성됐다. 이제는 300명도 안되는 참전 용사들이 친척·후손들과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비참할 정도로 빈곤하다. 지독한 차별은 또 다른 고통이다. 1974년 공산화 이후 공산권 동맹국인 북한을 상대로 전투를 했다는 이유로 핍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전쟁 영웅'에서 '배신자'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민간단체는 수년전 부터 참전용사와 가족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은혜를 베풀어준 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모른체 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다.
춘천시 근화동에 에티오피아한국전참전기념관이 있다. 돔 모양의 기념관에는 참전 용사들의 활약상을 담은 기록물과 물품,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마침 27일은 '6·25 전쟁 정전협정 및 유엔군 참전 기념일'이다. 휴가철 강원 지역이나 춘천에 갈 일이 있다면 이 기념관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