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반사회적 작태 여전
檢개혁·MB 사자방비리등 '의문'
불의하게 사회 독점하던 세력층
저항 조짐 곳곳서 드러내
'구조·체제' 바꾸는 일 더 중요
때가 왔을 때 과감히 행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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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에 대한 지지는 굳건하다. 사소한 등락은 있을지언정 지지율은 줄곧 80%에 가깝다. 그런데 과연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지금껏 어떤 가시적 효과나 구체적 결과가 있었는가. 오히려 안보 위협은 심화되고, 국내적으로도 지난 정권 이래의 비리와 반시민적 행태가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는 듯하다. 이제 겨우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조급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적 흐름과 조짐은 이런 반론을 의심하게 만든다.

지난 몇 년간 이어져왔던 기득권층의 특권을 대변하던 관행, 비리와 부조리한 행태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겨울 시민들이 원했던 개혁과 새로운 국가를 향한 외침은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주류 언론의 반사회적 작태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MBC와 KBS 방송을 보면 퇴진한 박근혜 정권 때와 무엇이 바뀌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공정한 언론을 외치는 소리 대신 이런 요구를 주장하던 이들에 대한 억압은 여전하다. 이들 때문에 한국 언론은 온갖 수모를 겪고 있지만, 그에 대한 개혁 논의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한국은 법치국가이며, 우리의 민주주의 역시 이런 법과 제도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촛불 집회는 또렷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법치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른바 문화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판결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검찰 개혁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심스럽게 되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저질러졌던 사자방 비리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사대강의 녹조도 여전하시다. 경제민주화도, 교육 개혁도 겉돌고 있다. 심층적 논의가 있어야 할 곳에 지엽적 문제와 순간적 감흥만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상수인 북한발 위협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드디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사드 배치논의는 요식적일 뿐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에 대한 국가적 합의와 정당성에 대한 요구는 어디로 사라졌나.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인격과 개혁 의지에 대한 칭송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번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국민의 손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 결코 또 다시 실패할 수는 없다. 그럴 때 우리 삶과 사회는 적어도 수십 년은 퇴행할 것이다. 그런데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너무 그들을 의식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가.

불의한 특권 세력을 청산해야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구조적 모순과 체제를 바꾸는 데 있다. 더욱이 개혁에는 시간이 중요하다. 때가 왔을 때 행동해야 한다. 심층적 인식과 담대함이 없으면 개혁은 실패한다. 그럴 때 지난 세월 이래 이 사회를 불의하게 독점하던 그들은 재빠르게 명분을 쌓아 작은 흠집을 내면서 강고하게 저항할 것이다. 벌써 작은 조짐들이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시작은 시민과 시민도 아닌 그들 지배층을 구분하는 데서 비롯된다. 생명정치학자 G. 아감벤이 말했듯이 배제와 포함 도식으로 지배전략을 구사하는 현대정치는 지속적으로 시민을 "그냥 아줌마"로, "레밍" 무리나 비전문가로 구분하고 배제하려 한다. 자신들만이 전문가이며 특별한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통치해야한다고 강변한다. 그렇게 불의한 기득권은 그 순간 다른 얼굴로 살아남는다.

이 정권은 외교에 휘둘리고, 법과 자본에 현혹되어 지지도에 연연하면서 개혁의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실패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실패로 가는 길을 준비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담대한 개혁이다. 개혁에의 요구와 열기가 살아있을 때 명분을 앞세운 과감한 행동이 가능하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언급보다 구조와 체제를 바꾸는 일이 더 필요하다. 이 한 순간이 지나면 그 거대한 세력은 다시금 힘을 찾게 된다. 촛불을 다시 켜야 할 때는 너무도 큰 희생과 좌절이 따른 뒤일 것이다. 이 시간은 쉽게 지나간다. Carpe diem! 과일은 익었을 때 따야한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