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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지난 6월 미국 텍사스 주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 홀에서 열린 제15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1위인 금메달리스트로 선정됐다. 피아노로 한정했을 때 2015년 부조니 콩쿠르 문지영, 2016년 쇼팽 콩쿠르 조성진에 이어 3년 연속 한국 피아니스트가 거둔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 우승이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냉전 시절이던 1958년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는 대회다. 55년의 역사를 지닌 이 대회에서 한국인의 우승은 선우예권이 처음이다. 부조니와 쇼팽 콩쿠르의 한국인 첫 우승자도 각각 문지영, 조성진이었다.

우리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활약을 보면서 8월 1일로 타계 20주기를 맞는 러시아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Sviatoslav Richter·1915~1997)를 떠올린다. 20세기 피아니스트 중 최고의 위치에 있는 리흐테르는 3년 전 가난한 천재 피아니스트를 다룬 국내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드라마 중에 나오는 책 '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브뤼노 몽생종 편저/이세욱 옮김)도 유명세를 탔다.

필자는 2005년 국내 번역판이 출간되자마자 이 책을 구입했다. 책은 리흐테르가 세상을 떠나기 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몽생종에게 어린 시절 자신의 스승인 네이가우스와의 만남에서 부터 이후 음악가들과 교류에 대해 말한 1부, 1970년부터 연주 활동을 마칠 때까지 25년 넘게 쓴 일기로 구성된 2부 등 1천여쪽으로 구성됐다. 특히 일기에는 자신의 연주회와 함께 타 음악가의 연주회에서 느낀 생각이 담겼다. 거장 피아니스트의 예술관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내가 연주하는 것은 청중을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연주한다. 내가 내 연주에 만족하면, 청중 역시 만족한다. 연주를 하는 동안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건 작품과 관련된 것이지 청중이나 성공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또한 내가 청중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 관계는 작품을 통해서 맺어진 것이다."('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 중에서)

우리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콩쿠르 우승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거장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의 완성을 위해선 남의 평가를 넘어서야 한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