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군사력은 일취월장(日就月將), 일장월취(日將月就) 정도가 아니다. 중국에선 '비속발전(飛速發展:페이쑤파잔)'이라고 한다. 날아가는 속도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그저께 펼친 대규모 열병식만 봐도 그럴 거라는 느낌이다. 베이징 북쪽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군사기지는 그 넓이만도 서울 면적의 1.8배로 아시아 최대다. 그저께 거기서 거창하고도 대단한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建軍) 90주년 행사가 펼쳐졌다. 육해공군과 로켓부대 등 2천여 병력과 6백여 대의 전투기가 동원됐고 더욱 놀라운 건 증가하는 첨단무기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에 맞선 젠(殲)-10B 전투기에다가 이번엔 최신예 젠-20이 등장했다. 殲은 '섬멸한다'고 할 때의 '멸할 섬, 죽일 섬'자다. 신형 ICBM 둥펑(東風)31AG와 항공모함 킬러인 둥펑 21D 탄도미사일 등도 첫선을 보였고…. 그런 무기류를 중국 언론은 '대살기(大殺器), 빛나는 모습들(齊亮相)'이라고 했다.
그런데 군복 차림으로 지프에 선 채 이동, 근엄한 표정으로 열병을 한 시진핑 주석이 뭐랬던가. '우리 군은 어떤 침략도 막아낼 수 있는 최강'이라며 자화자찬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 건군 90주년 행사를 관영 CCTV는 하루 종일 보도했다. 그저께 밤 10시 뉴스만 해도 중간광고 영상을 뺀 1시간 내내 중국 군대와 무기만을 보도했다. 그 날은 미국의 '죽음의 백조'라는 스텔스 전투기 B-1B가 다시 한반도에 날아왔고 미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연쇄출동, 2차 ICBM을 발사한 북한을 압박한 시점과 겹쳤다. 중국 국방부는 그날 열병식과 주변 정세와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어떤가. 시진핑의 열병식 호기(豪氣)와 호통이야말로 '겁나지 않냐, 미국아!'라는 속내 발동만 같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26일에도 '대규모 군사 활동을 27일부터 2일간 실시한다. 황해 해역에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일방통고, 칭다오(靑島) 앞바다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였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모두 영해로 차지, 해상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거 아닌가. 오직 미국 타도만이 달랑 남았다는 태도다. 북핵 문제, 또는 해양 패권 다툼으로 인한 미·중간 대량충돌 위험이 멀지 않은 듯싶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