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 당사자 'NIAB 국제자문위'
'자문 중단' 시장 개인메일 통보
전·현시장, 무산 위기 책임 공방


외자 10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구리월드디자인시티(GWDC) 조성사업이 사실상 좌초됐다. 1일 구리시 등에 따르면 개발 협약 당사자 중 한 곳인 외국투자자 그룹 'NIAB 국제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구리시에 "더 이상 자문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자문위 측은 공식적인 메일이 아닌 개인 메일로 통보했고, 시는 지난해 12월에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GWDC 사업은 현재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의위원회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번이 6번째며, 앞서 위원회는 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해당 사업을 반려해 왔다.

위원회는 지난해 마지막 심의에서 외국인 투자 신고, 외국인 투자 능력 입증, 경제·재무성이 포함된 마스터 플랜 수립 등 크게 세 가지 보완 사항을 요구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의 신빙성을 확보하라는 의미다. 이 사업은 갑의 지위인 구리시와 구리도시공사, 을의 지위인 NIAB 국제자문위와 투자유치를 총괄하는 한국 기업 'K&C'가 개발협약을 맺고 추진해 왔다.

심의 반려 직후 시는 을 측에 투자 신고와 투자 능력을 입증하는 서류를 요구하면서 마스터 플랜 수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을 측은 마스터 플랜이 있어야 이를 근거로 투자 신고 등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시는 행자부에 질의해 '마스터 플랜은 의무 심사 대상이 아니다'는 회신을 받아 마스터 플랜 수립을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NIAB 국제자문위는 단독으로 시에 사업 철회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이 무산될 위기를 맞자 이 사업을 추진한 박영순 전 시장과 이를 이어받은 백경현 시장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백 시장은 최근 시의회에서 "박 전 시장이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부 문서는 공문서 형식을 갖추지 않고 비공식 문서까지 발견되는 등 독단적으로 추진해 행자부 투자 심사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공식 문서 때문에 시가 재정적인 손실을 보게 되면 법적인 책임은 박 전 시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박 전 시장은 성명을 내고 "NIAB 국제자문위는 마스터 플랜이 수립되면 법인을 설립하고 240억원 가량을 보증금으로 납입하겠다는 뜻을 시에 전달했다"며 "아무 근거 없이 10조원을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구리시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섰다.

한편, 시는 K&C가 남아있는 만큼 사업을 계속 추진해 행자부 투자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리/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