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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을 보며 거리를 걷는 스몸비(스마트 폰+좀비)족에게 벌금을 매기는 나라가 있다. 미국 하와이 주다. '살아 있는 시체'라는 뜻의 '좀비(zombie)'가 붙어 '스몸비(smombie)'가 된 것도 억울할 터이건만 벌금까지 물다니! 하와이 호놀룰루 시 의회가 보행 중 빈발하는 스몸비 족 사고를 막기 위해 15~13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콜드웰 시장이 지난달 27일 서명, 오는 10월부터 발효된다는 거다. 130달러는 무단횡단 스몸비에 부과된다. 하긴 중독증이 심각하긴 하다. 자동차 운전은 물론 자전거, 오토바이(모터사이클) 운전 중에도 스마트 폰을 본다니까. 미국 캘리포니아엔 포레스트 힐(Forest Hill)이라는 드높은 다리가 있다. 아메리칸 강을 가로질러 오번(Auburn)과 포레스트 힐을 연결하는 길이 740m 다리다. 지난 4월엔 한 여성이 그 꼭대기서 셀카를 찍다가 18m 아래 전망보도에 추락, 심한 골절상을 당했다.

목숨만 건져도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에선 자동차 운전 중 사고로 죽는 스몸비만 하루 10여명이다. 오토바이, 자전거 스몸비는 더 위험하다. 목 디스크와 안과 질환 등 스몸비 증후군도 늘어간다. 중국에선 스마트 폰 사용자를 '수기인(手機人)'이라 부르고 스몸비를 가리켜 '고개를 푹 수그리고 다닌다'고 해서 '저두족(低頭族:띠터우쭈)'이라고 하지만 스몸비 사고 방지대책 또한 가지가지다.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시와 쾰른(Koln) 시는 스몸비를 위한 선심 행정을 펼쳤다. '보행 노면에 신호등을 깔았고 신호기 개당 1만 유로(약 1천300만원)나 들였다'고 작년 4월 28일 CNN이 보도했다. 런던에선 가로등 기둥을 패딩으로 감싸 스몸비가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했다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가장 효과 있는 스몸비 사고 방지책이라면 뭘까. 중국 충칭(重慶)시는 일부 보도에 스몸비 전용 레인까지 깔았지만 효과는 별로다. 상하이도 지난 3월부터 운전 중 스몸비에 벌금 200위안(3만6천원)을 매기지만 그 역시 별무효과다. 우리 횡단보도에도 '스마트 폰 보면 안돼요' 등 스티커가 붙기도 했다지만 그런 정도는 있으나마나한 방지책이다. 고액 벌금을 때리기도 그렇고….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