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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과학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은 1955년 4월 18일 오전 1시 15분에 내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이스라엘 건국 7주년 기념행사의 연설을 준비하다가 쓰러졌는데, 병원으로 실려갔을 당시 "인간의 기술로 삶을 늘리는 건 천박한 짓인 거 같다. 내 사명은 이제 끝냈으니, 이제 갈 때가 됐다"라며 수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과학자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했지만 그가 죽은 뒤에는 훨씬 충격적인 일이 발생한다. 아인슈타인의 사체 부검을 맡았던 프린스턴 병원의 병리학자 토머스 스톨츠 하비 박사가 그 누구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아인슈타인의 사체에서 뇌를 빼낸 뒤 240조각으로 잘라 내 포르말린 용액에 보관한 것이다. 그리고 가족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아인슈타인을 화장한다.

하비가 측정한 아인슈타인의 뇌 무게는 43온스(약 1.22kg) 정도로, 정상인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했다. 그리고 하비가 다른 것을 더 측정하기도 전에 그의 아들이 학교에서 불쑥 "우리 아빠가 아인슈타인의 뇌를 갖고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하비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실험 계획 등이 탄로 나게 된다. 곧바로 지역 신문이 1면에 이런 사실을 대서 특필하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으며, 이에 하비는 "과학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하며 뻔뻔하게 맞섰다. 그리고 하비는 분노한 아인슈타인 가족을 설득해 결국 아인슈타인 뇌에 대해 추가 연구를 할 수 있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자 수많은 과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의 뇌를 같이 연구하자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대표적으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통합생물학 교수였던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 역시 아인슈타인 뇌를 연구하겠다며 끊임없이 요청했고 마침내 1984년 뇌 조각들을 넘겨받을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현미경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이상하리만치 많은 양의 '교질 세포'(glial cells)를 발견해 내고 이를 토대로 아인슈타인이 개념을 창안하는 능력이 탁월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매리언 박사가 지난달 25일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아인슈타인의 뇌'가 다시 회자 됐다. 천재의 필요충분조건을 규명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