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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V도쿄가 2012년 처음 선보인 '고독한 미식가'는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의 '혼밥' 이야기다. 홀로 수입잡화상을 운영하는 독신남 고로는 '혼자 밥 먹기'의 진정한 고수다. 손님과 상담하다 허기를 느끼면 미련없이 식당을 찾아 나선다. 일은 뒷전이다. 일본인들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식사를 하는 순간, 심적인 위로와 행복을 느낀다'는 그에게 열광한다. 시즌6까지 총 80여 편이 방영됐다. 드라마 초반, 원작 만화 장면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로운 식사를 하는 행위는…'이라는 고정 멘트는 격한 공감을 부른다. 심야식당으로 낯익은 배우 마츠시케 유타카(고로 역)는 먹방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이하게도 그는 이마에 깊게 파인 주름의 변화로 맛을 표현해 낸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 홀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순간의 행복'이 얼굴에 가득하다. 대개가 작고 허름하며 가성비 좋은 서민 음식을 내놓는 노포(老鋪)들이다. 배 터진 고로가 식당을 나설 때 '고로, 고로, 이노가시라'란 가사와 함께 흐르는 엔딩 시그널은 중독성이 강하다. 원작자인 쿠스미 마사유키가 해당 식당을 방문하는 '불쑥 쿠스미' 코너는 유쾌한 후식이다. 식당 업주가 직접 출연하는데, 그의 유머감각이 더해져 맛깔스럽다. 술을 못하는 고로와 달리 쿠스미는 아침부터 대놓고 술이다. 둘은 상호 보완재다.

유명 맛 칼럼니스트가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는 취지의 말을 해 시끄럽다. 당사자는 뜻이 와전됐다고 부인했다. 발언의 진위와는 별개로 맛 칼럼니스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 놀랐다. 그는 분명 자폐아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밥을 혼자 먹겠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인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혼밥은 자폐적인 행위라고 규정한 셈이다. 홀로 밥을 먹는 사람들에 대한 편향이 드러난다. 음식을 제대로 음미하고 평가하려면 혼자가 제격이다. 맛 칼럼니스트들이 굳이 홀로 이름 모를 식당을 찾아 헤매는 이유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말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며 보도 매체를 비난하고 나섰다. 신문기자 출신에 방송출연이 업(業)인 그이기에 더 당혹스럽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