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오뚜기가 완전한 무결점 기업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하지만 오뚜기 창업자(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심장병 어린이 후원, 경영 승계 과정의 정직한 세금 납부, 정규직 채용 노력 등 여러 가지 선행은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을 멋쩍게 할 만했다.
기자는 요즘 경인지역 창업자를 소개하는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다. 톡톡 튀는 사업 아이템으로 무장한 대학생 청년에서부터 평생직장이라 여겼던 회사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쫓겨나온 동료들과 함께 제2의 삶을 설계한 중년에 이르기까지 사연도 참 다양하다. 그동안 만난 창업자들은 대부분 '착한 기업'을 꿈꾸고 있었다. 대학 학자금 대출, 취업난, 사기, 명예퇴직, 부도…. 적어도 한 번쯤은 인생의 쓴맛을 본 이들이기에 언젠가는 성공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그 누군가에게 힘이 돼 주리라는 다짐이었다.
창업자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때면 내심 뿌듯해진다. 비록 넉넉지는 않아도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으며 성공을 꿈꾸는 이들 아닌가. 가장 최근에 만난 한 청년은 지역아동센터에서의 봉사활동이 자신을 창업으로 이끌었다고 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어요. 독서 지도 수업을 하던 중 집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초등학교 3학년 한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월세'라고 답하더군요. 가난했던 제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해서 가슴이 아팠어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죠. 돈을 벌어 복지사업을 해야겠다는…."
창업자들은 한결같이 "한번 쓰러지면 재기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오뚝이처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건강한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그리고 중견기업 오뚜기처럼 수많은 '착한 기업'들이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