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새벽(한국시간) 유엔안보리가 또 대북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지난달 28일 밤중에 발사한 2차 ICBM에 대한 대북제재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래 8번째 결의안이다. 제재 강도도 점점 높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과 철, 철광석, 연(鉛), 해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시킨다는 거다. 그 금수(禁輸)조치가 엄격히 이행되면 북한의 연간수출 30억 달러의 약 3분의 1이 삭감된다고 했다. 그러나 헤일리(Haley) 유엔 미국대사가 강력히 요구한 북한의 군사목적 석유수입 제한만은 관철되지 못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 중국대사와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대사의 반대 때문이었다. 도대체 유엔 대북제재결의안이 몇 번이나 더 되풀이될 것인가. 문제는 대북제재와 압박, 겁박과 핍박이 강도를 더해가도 김정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는 거다.
까까머리 맥매스터(McMaster)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예방전쟁(preventive war)'까지 언급했지만 그 또한 용이하고 수월한 건 아니다. 그저께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막된 아세안(ASEAN) 외상회의에서도 10개국 외무장관이 이례적인 대북공동성명을 냈다.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유엔안보리 결의를 따르라'는 거다. 어제 도착해 참여하지 못한 리용호 북한외상이 있었다면 만류, 저지했을 게다. 그런데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그 사흘 전인 지난 2일 김정은을 말했다. '위험한 장난감으로 놀고 있다. 바보다. 통통한 얼굴이 순해 보이건만 그에게 당하고 말 건가. 그가 핵전쟁을 부르면 극동은 불모지가 될 것'이라고.
마닐라 아세안 외상회의의 대북성명과 더불어 또 하나 극히 이례적인 행사는 일본에서 벌어졌다. 지난 4일 일본 히에이(比叡)산 엔랴쿠지(延曆寺)에 모인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의 틀과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테러 만연과 북한 핵 개발에 반대, '평화의 기도회'와 함께 '히에이산 메시지 2017'을 채택한 거다. 그 절은 교토(京都) 동북방 시가(滋賀)현 경계인 오쓰(大津)시 사카모토(坂本)에 있는 고찰로 일본 천태종(天台宗) 총본산이다. 북한의 작태가 오죽 한심했으면 전 세계 종교인들까지 모여 대북 메시지를 채택했을까. 김정은, 들었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