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점기·자본가 욕심에 휘둘리던 노동자 도시
최저임금·비정규직 문제 등 오늘날도 아픔 여전


난쏘공 300쇄
일제에 의해 강제로 부평의 군수공장에 끌려 와 일해야 했던 징용 노동자들을 기리는 동상이 이번 주말 전국에서 처음으로 인천 부평에 세워진다. 이를 계기로 인천은 노동자 도시로서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징용 노동자상 건립과 함께 인천에서 노동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인천의 노동과 문학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조세희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난쏘공·사진)이 올해 상반기 한국 문학사상 처음으로 300쇄를 찍어내는 데 성공했다.

'난쏘공'은 1978년 6월 초판 1쇄를 출간한 뒤 1996년 6월 100쇄, 2005년 11월 200쇄를 찍었으며 지난 4월 300쇄를 출간했다. 1쇄 이후 지금까지 총 137만 부가 팔렸다. 우리 문학 작품 중에 300쇄를 출간한 것은 '난쏘공' 이외에는 아직 없다고 한다.

'난쏘공'의 무엇이 40년간이나 꾸준히 읽히도록 한 걸까. 책을 읽지 않는다는 요즘에도 독자들은 어찌하여 40년 전의 '난쏘공'을 여전히 찾는 것일까. 1970년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노동자 가족의 삶을 다룬 '난쏘공'은 읽는 이의 마음을 여간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악하기 그지없는 작업 환경 속에서 밤낮없이 일만 해야 하는 '난장이 가족'의 이야기는 완전히 오늘날의 우리와 동떨어져 있지는 않다. 여전히 우리는 '최저임금'이나 '비정규직'과 같은 기본적인 노동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산업화의 현장도시 인천은 여전히 집값 비싼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몰려드는 그런 공간이다.

'난쏘공'의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 '기계도시 은강'은 인천이다. 그 인천에서는 1883년 제물포항 개항과 함께 본격적인 부두 노동이 시작되었다. 그 뒤로 항만 주변에 각종 공장이 들어서면서 산업도시로 자리를 잡았고 그 인천에는 당연히 전국의 노동자들이 밀려들었다.

그 속에는 돈벌이에만 급급한, 노동자들의 권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자본가들만 넘쳐났다. 점심시간 15분에, 졸음을 쫓기 위해 바늘로 팔다리를 찔러가며 야간작업에 투입되어야 했던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취업의 상징도시도 인천이었다.

인천은 여전히 항만도시이자 공단 도시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최대 공항이 들어선 지도 15년이 넘었다.

그리고 '경제자유구역'의 대명사가 된 인천은 최근에는 바이오와 로봇 따위의 첨단 산업도시를 지향하는 그런 도시가 되었다.

지금 인천은 '난쏘공' 시대의 인천과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징용 노동자상' 건립과 '난쏘공' 300쇄 돌파가 인천을 향해 던지는 물음이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