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없으면 반환공여지 한낱 '그림의 떡'
정부, 공익차원에서 국가사업으로 전환을
미2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내며 우리나라 안보의 핵심축 역할을 했다. 국가적으로는 한·미 안보동맹과 안보가치가 지엄하고 중요했기에 의정부시 면적 81.54㎢ 중 5.7㎢를 영구무상으로 제공한 것이다. 미2사단은 1965년부터 우리 시에 주둔했고, 의정부시가 올해 시 승격 54주년을 맞았으니 미2사단과 의정부는 현대사를 함께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군이 주둔한 50년은 의정부에 발전의 촉매도 됐고 제약이 되기도 했다. 또한 미군에 대한 애증이 공존했다.
미군 주둔 초창기 캠프가 세워지고 성조기만 오르면 허허벌판이던 곳도 하루아침에 마을로 변신했고 달러가 넘쳤다. 하지만 미군 부대는 시 전체면적의 7%를 차지하면서 지리적·사회적으로 지역발전에 큰 장애가 됐다. 또한 교통사고, 폭력, 절도, 관세법 위반 등 주한미군 범죄는 물론 미군 폭격훈련 및 미군기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공해, 오·폐수 및 폐유방출로 수질오염, 폐기물 처리에 따른 토양오염의 문제가 심각했다. 특히 시 이미지와 시민 자긍심 저해, 정체성 혼란 등 시 발전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했다.
본 시장의 교수시절 연구와 최근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군기지 주둔으로 해당 토지를 개발하거나 활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1953년부터 2007년까지 55년간 4조6천8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미군이 주둔하는 동안 재산세, 토지세 등 지방세를 단 한 푼 받지 못했고, 토지 활용 기회마저 유보됐다.
이 애증과 명암의 세월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고 있다.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8개 미군 부대가 의정부시를 연차적으로 떠난다. 이미 5개가 반환됐고, 올해는 2개의 캠프가 그리고 2018년에는 미 2사단 본부인 CRC가 반환될 예정이다. 민망과 아픔의 세월이 가고 희망을 설계하는 새날이 오고 있다. 실제 50년 넘게 미군 부대가 있던 자리에 4년제 대학과 종합병원, 행정타운, 공원, 세계적인 문화복합단지 건설이 계획되고 있다. 그리고 미 2사단 본부인 CRC는 한미 양국이 함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역사적 현장으로 보존해 안보 테마공원으로 재탄생하려 한다.
그러나 큰 장애와 어려움이 있다. 정부는 반환 공여지 땅값을 빈곤한 지방재정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는 50년 넘게 안보 희생을 감내한 데 대한 도리가 아님은 물론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예산이 없으면 반환 공여지는 한낱 '그림의 떡'이나 다를 바 없다. 서울의 용산기지는 무상으로 서울시에 제공됐다. 여기에 국가공원조성사업이라는 명목으로 1조 5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또 평택에는 민자를 포함해 수십조 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우리나라 미군 공여구역 면적의 69.4%를 차지하는 경기 북부 반환 공여지는 해당 지자체에 유상으로 매각하는 방안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부는 이점에 주목해 반환 공여지가 경기 북부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속히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군 반환 공여지 사업에 국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하고 공익사업에 대해서는 국가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의정부와 경기 북부 주민을 분노케 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도리를 다할 때 국민은 국가가 위기에 있을 때 협력하고, 인내하고 모든 걸 바친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면 정부는 정말 큰 것을 잃게 됨을 경고하고 싶다.
우리 의정부는 의정부 부대찌개를 세계적인 퓨전 음식으로 만든 저력이 있다. 의정부에 문화, 관광, 쇼핑이 어우러지는 문화 복합단지가 8월 8일 확정 고시됐다. 의정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군사적요충지라는 이유로 안보를 위해 반세기 이상 미군 부대를 안고 살았다. 이제 의정부는 세계 문화의 정부가 될 것이다.
/안병용 의정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