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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상처가 됐다면 ... 죄송합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박찬주 대장 부인이 최근 군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말이다. 그는 '아들 같이 생각하고 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찬주 대장 부인이 어떤 마음으로 공관병을 수족 부리듯 했는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다만 박찬주 대장 부인 발언 중 "상처가 됐다면…"이라는 말이 걸렸다.

누군가에게 사과할 때 종종 쓰이는 '했다면'이라는 말 앞에는 '어쨌든'이란 부사가 생략돼 있는 경우가 많다. 어찌하였든, 사과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본래 내 의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려주려는 시도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아무튼, 논란이 되니, 일단 사과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불편하게 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정치, 경제, 사회, 연예 부문 뉴스에서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런 발언의 당사자가 우리의 가족, 친구, 직장 동료가 될 수 있다. 본인의 말과 행동에 기분 나빠하는 상대방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조건부 사과', '가정법 사과'는 우리 일상에 퍼져 있다.

결국 인권 감수성이 문제인 것 같다. 시민 누구나 누리는 게 마땅한 '기본적 권리'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것이다. 내 말과 행동이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되짚어보는 사회적 덕목이 결여된 행위가 '공관병 갑질'을 유발했다고 본다. 군 내부의 그릇된 상명하복 문화로 치부하기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현상으로 보인다. '옛날엔 다 그랬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는 인권 감수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을 탓해야 한다.

수족(手足)은 형제, 자녀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박찬주 대장 부인이 자신의 수족을 '수족 부리듯' 대우했을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전자 팔찌를 채울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박 대장 부인의 조건부 사과가 내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번 사안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명래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