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상의 '살아있는 전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은퇴했다. 그는 지난 6일 영국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3위에 그쳤다. 우승자인 게이틀린(미국)은 무릎을 꿇고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 종목 대한민국의 자존심 김국영은 아깝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준결승에서 10초40의 저조한 기록으로 꼴찌에 그쳤다. 그래도 처음 준결승전에 나선 게 위안이다.
한국은 세계 육상의 변방이다. 여러 종목의 기록이 몇십 년째 제자리다. 일부 종목은 뒷걸음질 친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 17명만 출전했다. 마라톤 6명, 경보 6명을 빼면 트랙과 필드는 5명이 전부다. 선수들을 많이 내보내 경험이라도 쌓게 하고 싶지만 이마저 안된다. 대회 규정이 정한 종목별 최저 기록을 넘어서야 출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회 성적은 더 초라하다. 남자 마라톤 김효수 선수는 2시간25분08초로 59위다. 여자 마라톤은 임경희(35·구미시청)가 2시간38분38초로 34위에 그쳤다. 남자 마라톤은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퇴보에 횡보다. 김효수 선수의 2시간25분08초는 80년도 넘은 고(故) 손기정 선수의 기록에도 못 미친다. 마라톤 강국이 어느 새 꼴찌를 다투고 있다.
다른 종목도 기대할 게 없다.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어서야 결선 진출이라도 기대할 수 있다. 메달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1980년대 장재근 선수가 세운 200m 20초41과 1990년대 초 이봉주 선수가 세운 하프마라톤 1시간1분4초는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육상이 부진한 본질적 이유로 재능 있는 선수들의 부족을 꼽는다. 고등부 야구 선수는 2천795명인데 대한육상연맹에 등록된 남녀 고등부 육상 선수는 1천956명에 불과하다. 육상 선수들은 텅 빈 관람석과 불투명한 앞날에 좌절한다. 우리는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가 육상에서도 나타나기를 바라지만 그건 신기루를 꿈꾸는 거다. '한국 육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연일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는 지구촌 젊은 건각(健脚)들을 보면서 나오는 한숨이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