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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의 암투와 정관계 연결고리를 생생하게 묘사해 숱한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검찰총장(선우재덕)이 반부패 수사를 맡게 된 특임검사(조승우)에게 "흔히들 검사나 의사나 같은 '사'자를 쓰는 줄 아는데 의사는 '스승 사(師)'자를 쓰고 변호사는 '선비 사(士)'자를 쓰는데 유독 검사만 '일 사(事)'자를 쓴단 말이야. 그래서 검사는 사람이 아닌가 했는데 깃발을 높이든 모양이라고 하더군, 일 사자가. 우린 그래야 돼…."

한자 연구가들에 따르면 일 사(事)자는 원래 역사의 뜻을 가진 史 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역사란 사실(事實)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후대에 와서 일과 역사의 의미를 구별하기 위해 史 자의 위·아래에 획을 하나씩 더 그어 事 자를 만든 것으로 본다. 참고로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判事)도 '일 사'자를 쓴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당 대표 선거 출마선언을 하면서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의사(醫師) 출신인 안철수 전 대표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義士)에 자신을 빗댔다는 것이다. 의사(醫師)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고, 의사(義士)는 타인에게 무력(武力)으로 항거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람이기에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안 전 대표가 당을 살리는 의사(醫師), 혹은 의사(義士)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이제 '외계인'으로까지 불린다는 사실이다. 당 대표 출마를 만류했던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안 전 대표를 향해 "외계인과 대화한 것 같다", "벽에 대고 얘기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한국말을 써서 소통이 안 된다"며 푸념한 것이다. 사실 이에 앞서 전조(前兆)가 있었다. 지난 5월 대선에 출마해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을 실천한 안 전 대표에게 지지자들이 그가 메고 다니던 백팩에 선물로 인형 두 개를 달아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눈 세 개 달린 초록색 '외계인 인형'이었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