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부두, 10월에야 사업자 유치
순조롭게 진행돼도 2023년 준공
모래부두는 아예 시작조차 못해
수십년 피해 연안동 주민들 '분통'


인천 남항 석탄부두·모래부두 이전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석탄부두는 이전 대상지인 강원도 동해 주민들의 반발로 관련 용역이 지연되고 있고, 서구 거첨도로 옮길 예정이었던 모래부두는 이전 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초 계획대로 2020년까지 석탄부두·모래부두를 폐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 인천 연안동 대표 환경오염원 '석탄·모래부두'

인천 남항에 9만1천㎡ 규모로 만들어진 석탄부두는 매년 130만t가량의 유연탄을 하역한 뒤 철로를 통해 내륙 곳곳으로 보내고 있다. 모래부두(9만 346㎡)는 연간 1천400만t의 바닷모래를 국내 건설 현장에 공급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인천 중구 일대 주거·상업지와 항만물류시설이 너무 가까워 환경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2006년부터 석탄·모래부두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고,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2016~2020년)에서 인천 남항 석탄·모래부두를 2020년까지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남항에서 4개 부두가 운영 중인 석탄부두는 동해 묵호항과 군산항 등으로 이전하고, 7개 부두가 활용되고 있는 모래부두는 서구 거첨도로 옮길 예정이었다.

■ 차질 빚고 있는 이전 계획

하지만 이전 계획은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늦어지고 있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은 지난 4월에서야 동해항 3단계 석탄 부두 건설 타당성 조사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해당 용역이 종료되는 오는 10월 민간사업자 유치 공고가 진행될 예정인데, 인허가 등 행정 절차와 공사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2020년 완공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부두 설계와 시공에 5년가량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동해항 석탄부두는 2023∼2025년께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3차 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 수립 때도 해수부에 이런 내용을 반영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남항 석탄 부두의 2020년 이전 계획은 변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래부두 이전 계획은 1년이 넘도록 구체화되지 않았다. 애초 이전 대상지였던 거첨도는 관할 지자체인 서구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행정 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업계 관계자들도 육상 물류비용 상승을 우려해 '모래부두 거첨도 이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인천항만공사 내부 회의에서 민간발전사의 모래부두가 있는 인천 서구 '일도'로 이전 대상지를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인근에 위치한 청라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돼 검토 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주민들은 모래부두가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는 시설로 인식하고 있다"며 "차라리 주거 지역과 매우 많이 떨어진 곳에 모래부두를 확보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 고통이 계속되는 연안동 주민들

석탄·모래부두 이전이 지연되면서 연안동 주민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중구 연안동 김종남(62)씨는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석탄이나 모래를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분진이 날릴 수밖에 없다"며 "우리 지역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석탄이나 모래 때문에 정작 부두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 박모(49·여)씨는 "주민들은 그동안 2020년 부두가 이전된다는 말을 믿고 기다려왔다"며 "수십 년째 석탄과 모래 분진 등을 참아왔는데, 앞으로 또 몇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