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소득 감시 강화 탈루 최소화
누진세율 높여 재분배 효과 높여야
법인세는 그동안 자본축적 위해
각종 감면조치로 실효세율 낮아
증세해도 복지재원 부족하다면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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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촛불시민의 꿈이고 문재인 정부의 목표이다. 이러한 구호를 실현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달된다. 그래서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시민은 조세정의가 구현되는 세제를 원한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개혁 방향은 시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의 조세정책은 급속한 경제성장과정에서 일관되게 자본감세·노동증세를 관철해왔다. 소비세 비중이 높았고, 소득세는 자본소득의 포착률이 낮았고 각종 우대조치로 불공평했다. 반복된 세제개혁에서 공평과세는 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세계경제 10위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눈앞에 둔 지금 더 이상 성장을 빌미로 조세정의를 외면해선 안 된다.

문재인정부 국정5개년계획의 재원조달방안은 너무 소극적이다. 여당이 '핀셋증세'라며 고소득층·초대기업에게 증세하겠다지만,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정부가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복지국가 실현에 필요한 보편적 증세를 주저하는 것은 아쉽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대응하겠다는데, 참여정부 중반에 조세개혁특위가 보고서도 채택 못하고 끝난 이유와 배경을 복기하기 바란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2014년 GDP기준)은 19% 수준으로 OECD 평균 25%보다 6%포인트가 낮다. 차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조원쯤 된다. 사회복지를 위해 점진적으로 조세부담률을 올릴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보수정권은 소득·법인세를 감세하며 담배소비세 인상 등 대중과세를 강화해왔다. 소득세·법인세 증세를 우선해야 하는 이유이다.

조세정책은 국민들이 자신의 조세부담에 정당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재벌대기업들이 갑질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등치고, 대물림을 위해 온갖 불법 편법을 동원하고, 이를 정치권력이 비호해왔음은 상식이다. 소득이 있거나 부를 물려받으면 상속·소득세를 부담해야 하고, 양도차익 같은 불로소득을 얻으면 더 많은 조세를 부담해야 정의로운 나라다. 거대한 축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자본증세는 정의롭다.

공평·효율·간소화가 세제개혁의 일반원칙이지만, 실제로는 국민경제의 공급측에 애로가 있을 땐 효율이 우선하며 감세논리가 작동하고, 수요 측에 애로가 있을 때는 공평이 우선하며 증세논리가 작동한다.

양극화로 내수가 부진하고 공평성 훼손으로 납세의식이 저하된 현단계 세제개혁은 소득세의 공평성 회복이 우선이다. 개인소득 포착률을 높여 탈루를 최소화하고, 누진세율을 강화하여 재분배 효과를 높여야 한다. 소득세 납세인구가 절반 수준에 머무는 것은 저임금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많은 반면 자본소득·이득의 포착률이 낮기 때문이다. 임대료·이자배당소득과 부동산·주식의 양도차익은 동일한 누진세율로 과세해야 한다.

법인세는 그동안 자본축적을 위해 각종 감면조치를 부여해 실효세율이 낮다. 이제 세계시장을 선도할 만큼 성숙한 대자본에게 우대조치는 무의미하다. 사내유보가 늘어도 투자나 고용을 늘리지도 않고, 사회적 공헌도 적다.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개인·법인 소득세를 증세해도 복지재원이 부족하면 그땐 부가가치세율 인상도 논의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모든 국민이 지방소득세율 30%를 부담하고, 일정 수준 이상 계층은 25%까지 국세소득세를 추가 부담하며, 부가가치세율도 식료품 등 특정 재화나 서비스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긴 하지만 기본세율이 25%이다. 중복지·중부담을 위해 소비세 증세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더불어 행복한 복지사회를 꿈꾸는 시민은 소득과세로 재분배를 강화한 뒤 소비세도 증세하며 조세부담률을 높여나가는 열린 연대의식이 필요하다. 어설픈 이념대립으로는 결코 정의가 실현되는 공평한 세제를 만들 수 없다. 촛불시민들은 정의로운 복지증세가 적극 논의되길 기다리고 있다.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