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검찰 수사 필요
20년전 꿈 되돌아 보게 돼
과대이익 챙긴 거대자본에 분노
정부·인천시 직무유기 더 격분
지금 '이게 송도냐'는 한탄 절로
그가 침묵할수록 마귀로 지칭된 언론, 사정기관, 그리고 시민단체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신문의 누구인지. 어느 방송사의 누구인지. 경찰인지. 검찰인지. 아니면 중앙부처나 다른 권력기관인지. 진보시민단체인지. 보수단체인지. 사회단체인지. 모두가 그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그가 작심하고 지목한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장이 커질수록 정경유착의 단골손님인 정치권이나 공무원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유정복 시장이 정 차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시키고, 즉각 직무대행을 임명한 것도 일파만파의 가능성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마귀를 입증할 중요한 자료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면 그는 역공에 휘말릴 것이다. 이미 일부 언론도 그의 평소 행태를 들어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 북을 통한 문제제기가 계통을 밟지 않았다거나 공직자의 돌출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식의 비난은 정당하지 않다. 징계라는 공무원적 발상보다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들의 알권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의가 내부고발에 있었다면 그가 취한 방식은 오히려 보호받을 대상이다. 음해를 위한 익명의 투서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인천시나 의회가 내부감사로 적당히 문제를 덮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그가 지적한 개발이익 환수의 문제나 송도 개발방식의 문제점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바로잡기보다는 덥기에 급급했다는 비판들이 있었다. 그것은 송도가 왜 궤도를 이탈하였고, 현재 어떤 문제가 산적해 있는가에 대한 정부차원의 감사원 감사와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그와 함께 송도가 왜 마귀논쟁으로까지 치달았는가를 되돌아봐야 한다. 본래 송도는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 끝에 낙점을 받은 곳이다. 1997년 6월 최기선 시장과 고건 총리 등은 송도 미디어 밸리에 소프트웨어 파크 등 76만평을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IMF 등을 겪으면서 미디어밸리는 파산하였고, 송도의 미래는 변질되었다. 외화유치 등을 위해 각종 특혜를 주면서 외국자본과 대기업에게 개발권을 넘긴 것이 오류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IMF와 금융위기가 끝났음에도 개발업자들을 위한 특혜와 제도가 계속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정 전 차장도 그에 기생하는 기득권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누가 봐도 지금처럼 송도가 대량의 아파트만을 짓고, 아파트를 팔기 위해 학교를 유치하고, 대규모 상업시설을 계속 건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송도가 토목건설의 대명사가 되는 사이 한국판 실리콘 밸리는 판교와 구로에 자리를 잡았다. 2017년 판교테크노 밸리의 현황을 보면 지역내총생산액(GRDP)은 77조원으로 인천 전체의 76조원보다 많다. 면적은 20만평이지만 입주기업 1천300여개에 임직원은 7만5천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여전히 송도는 기업이나 R&D센터 유치보다 아파트와 대형 상업시설 등의 건설에만 주력하고 있다.
마귀논쟁을 보면서 20년전 송도에 한국판 실리콘 밸리를 만들고자 함께 뛰었던 그 시대의 꿈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곳곳에서 과대 이익을 챙기는 거대자본에 분노한다. 산자부 등 정부 관련부처와 인천시의 직무유기에 더욱 분노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이게 송도냐'는 한탄이 절로 난다.
송도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 출발은 경제자유구역의 기득권과 적폐를 청산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인천신항·공항·아암물류단지와 인천 원도심·시흥·안산 등을 연계하는 새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송도가 제 2의 원도심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길이자 한국판 실리콘 밸리로 거듭나는 지름길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