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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장비 사용하지 않고 달린 시간·거리 등 비교적 간단한 측정
'국제저널급' 논문 발췌해 만든 모델, 직접 측정과 오차 크지않아
심폐지구력·유연성등 결과 참조, 효과적 운동 '보고서'로 알려줘
1년여만에 월매출 10배 이상 성장… 獨 쾰른대학과 파트너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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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다 다른 운동능력을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까?

이제는 운동도 '과학'의 시대다. 막무가내 식 또는 주먹구구 식으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운동 효과를 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를 찾고 있다.

특히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심폐능력과 지구력 등을 파악해 과학적인 운동을 하도록 돕기 위해 많은 기술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노력을 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가 (주)피트다.

스타트업을 가다-피트
피트 홍석재 대표(맨 오른쪽)와 직원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운동 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피트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 스타트업 마켓(이하 KSM)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트업 전용 장외 유통시장인 KSM은 코넥스 ·코스닥 등 정규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이곳에 등록된 기업은 총 62곳이며, 피트는 헬스 케어 관련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우수 기술 추천을 받아 등록돼 주목을 받았다.

성남에 소재한 스타트업 캠퍼스 내 피트 사무실에서 만난 홍석재 대표는 열정과 의욕이 넘쳤다.

홍 대표는 "건강 관리에 있어서는 네이버, 다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특히 "운동과학 분야의 발전과 체육 종사자들의 가치 향상에 기여하는게 피트의 목표"라며 "체육대학이나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피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운동 검사 솔루션'이다.

피트는 피트니스센터, 보건소, 대학 등과 가맹서비스를 맺고 운동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의 건강 증진을 위해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어떤 강도로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를 한 장의 보고서 형식으로 사용자들에게 알려준다.

홍 대표는 "'인바디 검사'가 신체 조성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피트의 솔루션은 운동능력의 핵심인 심폐지구력, 근지구력, 관절 가동성(유연성) 등을 보여준다"며 "과학적이고 회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트는 지난해 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0개 가맹점과 계약을 맺었다. 1년 반 정도 지난 현재 가맹점은 100여개로 늘었고 월매출도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성장했다.

홍 대표는 "피트의 수익 모델은 한 달에 15만원 정도 정기과금 형태다. 가맹점 형식의 '비투비(기업 대 기업)' 서비스로 회원들의 건강을 측정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피트는 병원에서 운동 능력을 측정하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밖에서 달린 시간과 거리, 주어진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 등 비교적 간단한 측정을 통해 운동 검사를 실시한다.

'간접 측정'의 방식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국제저널(SCI) 급 논문을 발췌해 측정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에 직접 측정 방식과 비교했을 때 오차는 크지 않다.

홍 대표는 "피트의 솔루션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논문에 수록된 데이터를 모아 만든 회기 공식을 기반으로 제작됐다"며 "신뢰 부분은 이미 검증이 된 셈이고, 실제 회원들의 신뢰도 또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심폐 능력, 근력, 운동 자세 등을 검사하는 피트는 개인의 건강검진 데이터 중 혈액 검사나 폐활량 검사 등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활용해 단순한 운동검사 이상의 결과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심폐 능력이다. 심폐 능력의 향상은 대사질환, 암, 혈관 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피트는 독일쾰른체육대학의 정식 파트너사가 됐다. 지난 6월에는 독일 유소년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들을 위한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기도 했다. 독일체육대학은 자동차 업체 벤츠, 제약회사 바이엘 등 국제적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홍 대표는 "유럽에서 유일한 체육대학인 독일쾰른체육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게 된 것은 그만큼 독일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독일쾰른체육대학과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는데 두 달여 뒤에는 독일의 연구진을 국내로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 세미나의 참가비를 낮추는 등 관심 있는 학생과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피트는 지난 4월부터는 '측정평가사'라는 자격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관심 있는 학생과 전공자들이 늘어나면서 정확한 운동 측정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자격증을 발급하기로 한 것이다.

홍 대표는 "한번 세미나를 하면 200∼300명 정도 학생들이 모일 만큼 관심이 많다"며 "측정평가사라는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 관심있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중앙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 1년여 동안 연구원으로 일한 그는 체육교사와 보건소 운동처방사, 피트니스 사업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홍 대표는 "피트니스 사업을 하면서 다른 체육관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그동안 경험했던 전문성을 살려 운동 측정을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직접 일일이 만들어 정보를 제공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조금 더 사업을 확대해보기로 하고 피트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솔루션을 만들면서 쓰라린 시행착오도 경험했다. 그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외주 업체와 계약을 맺기도 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아 1억5천여만원 정도 손해를 보기도 했다. 투자계획서를 만드는 것이 서툴러 투자자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스타트업 창업 대회 등에서 개발자를 만나 프로그램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처음 피트를 설립했을 때 개발자들의 월급을 제대로 주기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웬만큼 월급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나 혼자가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고생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홍 대표의 최종 목표는 가치 있는 피트니스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피트를 통해 피트니스 센터 트레이너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저평가 돼 있는 건강 관리 시장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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