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규 경사(고양경찰서 화전파출소)
신한규 고양서 화전파출소 경사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토록 나를 반기셨을까? 생생한 눈빛 따뜻한 온기, 아직 이들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국가유공자에게 관심을 갖고 매번 찾아뵙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개월 전 께이다.

뜨겁고 무더웠던 여름날 평소 마시던 우물이 고장 났다며 파출소를 찾아왔던 어르신, 자신과 같이 외롭고 힘들게 사는 국가유공자들에게 경찰이 따뜻한 관심을 보내달라는 말이 내 맘 속 울림이 되어 '어쩌면 이분들이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진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당연히 그분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고 잘 관리가 되어 있을 거란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관내 국가유공자 30여 명을 일일이 찾아뵈어 보니 치매로 집 앞에서 길을 자주 잃어버리시는 분, 형사 사건 피해자로 절차를 몰라 당황하시는 분, 죽음을 앞두고 고독사를 두려워 하시는 분, 일주일 전에 사망했지만 전산에 누락된 분, 기초수급자임에도 재가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분 등등.

누군가 가까이에서 보살펴 줄 사람이 절실해 보였고 그럼에도 국가보훈처 전 직원 300여 명이 전국 67만여 명의 국가유공자를 한분 한분 방문한다는 것이 현실적 한계임을 이번 주민소통을 통해 느꼈다.

그렇다고 '보훈 업무와 경찰은 별개'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모든 업무를 제쳐두고 그분들을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서는 지난 8월 10일 경기북부 보훈지청, 고양경찰서, 육군 제30사단, 고양시 덕양구청이 한 뜻을 모아 민·관·군·경 보훈 통합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로 했다.

보훈지청은 행정지원, 경찰은 방문순찰, 군부대는 인적지원, 주민센터는 복지지원을 함으로써 모두가 관심을 갖고 국가유공자들의 사각지대를 찾아 보살펴 준다면 한마음이 된 보훈이 튼튼한 안보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에 참전했던 그 분들을 볼 때면 지난 광복절과 이번 을지연습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에어컨 없는 방 한칸에서 속옷차림, 선풍기 바람으로 여름을 보내고 혈압약, 당뇨약 등 지병약 한 움큼을 집어 삼키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시는 어르신들…, 그럼에도 끝까지 대문 앞까지 마중 나와 연거푸 '찾아줘서 고맙다!'며 활짝 반기는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부디 안보 위기 속에서 접경지역 경기북부, 그중 국가유공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고양시(4만3천명 중 1만1천명)만이라도 이분들 얼굴처럼 호국보훈의 꽃이 활짝 펴길 기대한다.

/신한규 고양서 화전파출소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