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18일 취임 100일의 문 정권을 가리켜 '상상 외로 실망이다. 특히 북남 관계는 동정의 여지도 없이 낙제'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당선되면 북한부터 가겠다고 했고 사드 반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공언했다. 당선 후에도 '조건만 허락하면 방북하겠다'고 했고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제의하는가 하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자고 누차 강조했다. 그래서 군사실무자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지난달 '베를린 선언'에선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도 제의했다. 게다가 '한국의 허락 없는 대북 군사 제재는 없다'고 못 박아 마치 '북을 때리면 용서치 않겠다'는 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또한 'DJ 노무현 노선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얼마나 달가운 소리일까. 그런 문 정권을 마구 헐뜯다니!
20일자 로동신문은 또 이번 한·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훈련도 맹비난했다. '조선반도 정세에 기름을 끼얹는 격' '자멸을 재촉하는 어리석은 행태'라고. 하지만 내심 웃을지도 모른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명분을 한·미 군사훈련이 제공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방패를 먼저 드니까 창을 겨눈다는 억지다. 그런데 조셉 던퍼드(Dunford) 미 합참의장의 지난 주 방한에 이어 20일엔 해리 해리스(Harris) 태평양사령관, 존 하이텐(Hyten) 전략사령관 등 미군 핵심 지휘관이 줄줄이 내한했다. 로동신문은 또 뭐라고 악담을 퍼부을 것인가. 던퍼드 합참의장은 지난 19일 일본 자위대 최고지휘관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에게 미·일 동맹을 강조, '대북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정권만 사방에서 '패싱'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청와대 개방과 소통이야 좋다. 그런데 문 정권은 '직접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지율 80%의 촛불만 밀어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럼 국회부터 해산, '2권 분립' 체제로 가자는 건가. 그는 자신의 별명 '이니'도 맘에 든다고 했다. 중국엔 火자가 4개 붙은 글자가 있다. '불타는 모양 일'자고 발음이 '이'다. 거기 '니( :너)'가 붙은 '이니'는 '불타는 모양의 너'라는 뜻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