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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의 인사태풍이 스포일스 시스템(spoils system), '엽관(獵官)제도'다. spoil은 전리품, 노획품이지만 '망치다'라는 뜻도 있다. 그만큼 인사가 엉망이기 일쑤다. 끼리끼리 동류끼리 따르고 어울리는 '유유상종(類類相從)' 틀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류(引類)'라고 했다. 능력과는 관계없이 끼리끼리 끌어주고 당겨준다는 거다. '유유상종' 비슷한 용어는 다수다. '초록동색'이나 '오비일색(烏飛一色→까마귀 나는 것처럼 같은 색깔)' 말고도 '동성상응(同聲相應)' '동기상구(同氣相求)'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말도 있다. 같은 무리끼리 서로 응하고 통하는 게 동성상응 동기상구고,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뜻 맞는 사람끼리 한 패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배척하는 게 당동벌이다. 그 결과 엉망이 된 인사의 상징어가 '연안대비(燕雁代飛)'다. 제비와 기러기가 뒤죽박죽 난다는 거다.

인사권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말이 또 '추경정용(椎輕釘聳)'이다. 마치(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도로 솟는다는 뜻이다. 즉 윗사람이 약하면 아랫사람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꼴, 갑자기 앞지른 낙하산 인사의 얼굴을 피해 줄줄이 사퇴할 수밖에 없는 선배 고참들의 심사가 오죽이나 부글부글 뒤틀릴까. 위계(位階)라는 건 벼슬의 품계고 위치와 계단이다. 위계질서는 바로 사다리, 층계와 같은 질서고 한 단계 한 계단 한 층계씩 딛고 오르는 게 정상이다. 그런 질서의 모범적인 조직이 경찰과 군대다. 높이뛰기 육상선수도 아닌 경장, 경사가 경위 경감 경정을 뛰어넘어 단박에 총경(경찰서장 급)으로 뛰어오를 수는 없고 하사, 중사가 위관을 넘어 영관급으로 날아오를 순 없다. 대단한 무공을 세우거나 전사를 해도 1계급 특진이 고작이다.

그런데 법조계만은 중뿔나게 예외다. 최근만 해도 대전고검 검사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됐고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파계(破階) 도약했는가 하면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일약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대법관도 안 거친 채 대법원장에 지명된 건 전례가 없다는 거다. 대법관 13명 중 선배 9명도 모두 옷을 벗을 참인가. 코드 인사가 가관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