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라고 하면 보통 동화책이나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은 오래전부터 서점 한곳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도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과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상호보완하며 길지 않은 글로도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과 그림책 작가를 다룬 책을 소개한다.
책에 대한 황홀한 비유 한가득
부흐홀츠 그림에 작가 46명 글
■ 책그림책┃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글.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민음사 펴냄. 124쪽. 1만5천원
남자는 탑처럼 높이 쌓인 책을 밟고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자는 공중에 붕 뜬 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다. 윗몸을 타자기 위로 구부리고 글을 쓰는 작가의 책상 위에 기자와 구경꾼들이 올라서서 타자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표범은 책을 물고 전깃줄 위를 걸어간다.
이 책에는 책에 대한 황홀한 비유가 숨어있는 그림들이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의 일러스트레이터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이다.
그림과 짝을 이룬 글은 밀란 쿤데라, 미셸 투르니에, 아모스 오즈, 오르한 파묵, 요슈타인 가아너, 존 버거, 수잔 손탁, 귄터 쿠네르트 등 세계적인 작가 46명이 썼다. 그들은 한 페이지짜리 소설을 지어내기도 하고, 그림 속의 사람과 책을 작가 자신으로 치환하기도 했다.
낯선 그림들과 에세이들은 보는 사람마다 제각각의 상상을 펼치게 한다. 특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과 책의 '은밀한 관계'에 대한 비유를 그림 속에서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마음 움직이는 120개 긍정소통
인생 여정 따라 4개의 장 구성
■ 위로의 그림책┃박재규 글. 조성민 그림. 지콜론북 펴냄. 244쪽. 1만2천800원
마음을 움직이는 간결하고 묵직한 120개의 글과 그림이 실린 책이다.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면서 겪는 인생 여정의 순서에 따라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는 인생이라는 산책길에 들어선 모두에게 들려주는 위로와 희망의 말이 담겨있는데,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2장에서는 우리들 모두는 향기 나는 사람이라고 말해준다. 비록 지금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도 말하며 긍정의 위로를 건넨다. 3장에서는 세상을 외면하지 말고 소통하라고 권한다. 마지막 4장에서는 인생을 산책길처럼 편히 거닐고, 향기 나는 사람이 돼 세상과 소통하며 비로소 어른이 된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양한 위로의 모습처럼 인생은 한 가지 맛이 아닌 여러 가지 맛을 담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글과 그림을 천천히 읽노라면 잊었던 인생의 진솔한 맛이 느껴진다.
그림책 작가 10인 방문 인터뷰
상상력·창의성 경쾌한 이야기
■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최혜진 지음. 신창용 사진. 은행나무 펴냄. 312쪽. 1만7천원
프랑스,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림책 작가 10인의 아틀리에를 방문해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유학 시절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들에 매료돼 이 책을 쓰게 됐다.
그림책 작가들의 유년시절 추억부터 그림책을 짓는 작가로서의 철학, 아이들과 소통하는 마음가짐 등에 관한 진솔하고도 경쾌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놀라운 상상력이나 창의성의 비밀이 의외로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비밀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유효한 그림책을 만들어낸다. 사진작가 신창용의 사진은 진지하고도 유쾌한 작가들의 모습과 그들의 손길로 꾸민 아틀리에의 매력을 잘 포착해 책에 생생한 현장감을 더했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