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노동개혁은 임시직·중소기업등
사회적 약자 대상이어서 소홀할 수 없다
비정규직 범위·세부실천 방안 정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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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저임금과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임시직 혹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신들도 부러워한다'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들이 더 신명이 났다. 중앙정부, 자치단체, 지방공기업 등 852곳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와 파견, 용역 근로자 31만 명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를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 첫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지시했다. 위원장직까지 겸한 문 대통령은 일자리위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주문했다. 11조2천억원 규모의 실탄(일자리 추경예산)은 11만개 이상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고용확대에 앞장선 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연내에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으며 2022년까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민간부문 50만개 창출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역대정권의 일자리정책에 비해 상당 부분 진일보했다는 평이다.

민간부문에서도 정규직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7일 시티은행이 가장 먼저 일반 사무직 및 텔러 등 전담직원 3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 5천189명, CJ그룹 3천8명, 현대백화점그룹 2천300명 등 총 1만2천389명의 비정규직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7월 24일 두산그룹이 파견직 4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공언했으며 8월 1일에는 한화가 내년 상반기까지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와 삼성, 현대차 등 여타 대기업들이 저울질 중이어서 금년 내로 민간 대기업들의 정규직 전환 3만명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의 국정중심인 소득주도 성장이 빠르게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개혁독선이란 우려와 함께 각종 부작용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공기관 3분의 2가량이 적자인 실정은 차치하더라도 민간부문의 고비용구조화는 어쩔 것인가. 또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이 신규일자리 창출에 짐이 될 개연성도 크다.

과도기적인 혼란은 점입가경이다. 경인지역에는 대다수의 취업예비자들이 공공기관에서 알바라도 하겠다며 줄서는 바람에 관내 중소기업들의 구인난이 더 심해졌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압박으로 대형마트와 외식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는 비정규직 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경방이나 전방처럼 아예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마저 간취된다.

수많은 판촉사원들은 해고걱정에 전전긍긍이다. 대형마트의 갑질 규제 목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3일에 발표한 '대형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방안'이 발단이었다. 판촉비용은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에 분담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으나 판촉에 사용된 납품업체 종업원의 인건비는 분담규정이 미비하다. 공정위는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에 따른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이익을 얻는 비율만큼 인건비도 분담하도록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이익비율 산정이 곤란할 때는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유통업법을 개정해서 연내에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마트의 경우 판촉사원수가 점포당 평균 70명으로 가장 많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각각 40여명 수준인데 이마트의 전국 점포수 147곳이고 홈플러스 142곳, 롯데마트 122곳 등으로 유통 3사에만 총 2만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정위의 발표대로라면 유통 3사의 내년도 연간 판촉사원 인건비 부담이 최소한 2천억원을 상회한다. 납품업체 파견 직원비중이 90%인 백화점들은 속수무책이다. 벌써부터 판촉사원을 안 받겠다는 루머들이 흘러나오는 이유이다.

새로 정책을 추진할 때 약간의 혼선과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노동개혁은 임시직과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들이 대상이어서 한 치라도 소홀할 수 없다. 비정규직에 대한 정확한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데다 정부의 구체적인 세부실천 방안이 미비한 탓이다. 보다 정교한 대처를 주문한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