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교통동선 해결 소통 원활
낙후된 철도 주변 공간 개발로
지역경제 활성화 세수확보 기여
코레일·정부 개발의지 없다면
민간사업 시행도 좋은 방법

1790년 제임스 왓트의 증기기관 발명, 1803년 트레비식의 증기기관차 발명으로 산업혁명은 새로운 장을 열었으며, 철도는 도시화와 함께 교통과 산업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철도의 부설로 도시공간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 당시 도시로 몰려든 하층 노동자들의 집단거주지 철거를 조건으로 철도회사에 철도부설권을 양도하였지만, 외곽으로 쫓겨났던 노동자들이 도심부로 되돌아오면서 철도변과 철도역 주변은 다시 슬럼화하기 시작했다. 세계의 대도시 철도변과 철도역 부근이 거의 대부분이 오늘날까지 우범지역이거나 낙후지역으로 남아있는 것도 아마 이 같은 오랜 역사적 배경이 아닌가 싶다.
철도 강국이던 유럽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자동차가 급속적으로 보급되면서 1980년을 전후하여 철도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철도의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철도산업은 대표적 부채공기업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기획해왔으며, 2004년 서울-동대구 구간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고속철도시대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당초 대전, 대구, 부산 등 대도시 진입구간을 지하화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부족한 예산을 핑계로 지상철도로 건설하여 도시공간을 두 쪽으로 쪼개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일찍이 서울의 경우 경인선이 들어오면서 수도권 최대의 공업지역으로 자리를 잡은 영등포는 급격한 도시화로 공장들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시가지로 변모하였으나, 철도로 양분된 도시공간구조는 열악하기 이를 데 없고, 철로변 낙후지역들은 소외된 상태로 남아있게 된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의 경우 경부선과 경의선, 경춘선의 도시통과 구간으로 서울의 도시공간은 철로에 의해 양분되어 버렸고, 부산은 경부선 진입으로 도심과 해변구역이 단절되어 부산도심의 발전에 막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철도로 인한 도시발전의 침체는 대구나 광주도 예외가 아니며, 중소도시들도 비슷한 처지에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유럽의 런던, 파리, 베를린이나 미국의 뉴욕, 워싱턴 디시 등 대도시들의 철도지하화는 물론 작년에 완공된 경의선 지하화사업은 지상부를 공원으로 만들고 연변지역을 개발하여 마포 일대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사례에서 보여주었듯이 철도의 지하화는 도시발전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우선 철도지하화로 지상부를 공원화하여 도시환경의 질을 높이고, 기형적 교통동선을 해결하여 원활한 교통소통을 가능케 하며, 낙후된 철도변 공간을 개발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지방세수의 확보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이 같이 경제적, 사회적, 도시 공간적 파급효과가 큰 공공사업에 대해 코레일과 정부는 계속 부정적인 반응만 보이고 있으며, 피해 당사자인 지방정부마저도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거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외면해오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경기도와 서울시 경부선 구간의 지자체장들이 철도지하화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아직도 가시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이나 정부가 개발의지가 없다면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사업을 시행토록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철도변 공공소유 토지의 개발권을 일부 민간에 이양해주면 도시기반시설의 확충은 물론 도시환경의 개선과 도시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유사시에는 피난처로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윤재 대우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