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어제 6시경 또 미사일을 쐈다. 지난 26일의 단거리 미사일 3발에 이어 사흘 만이고 이번엔 고도 550㎞로 2천700㎞를 날아가 일본 상공을 통과한 채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지난번엔 동녘 깃대령(旗對嶺)에서 쐈고 어제는 평양 순안(順安)공항 부근에서 쐈다. 북한은 이제 이동식발사체로 언제 어디서든 자유자재로 장·중·단거리 미사일을 쏴댈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어제 29일은 경술국치(庚戌國恥)일이다. 1910년 8월 29일 일제에 나라를 강탈당한 바로 그날을 북한이 알고 날짜를 맞춰 일본 상공을 관통하도록 쐈을까 우연일까. 당찬 여성 방위상(국방장관) 이나타 토모미(稻田朋美)는 "만약 북조선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통과하면 영격(迎擊→요격)하겠다"고 했고 신임 방위상 오노테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도 그랬다. 그런데 왜 요격을 안했나 못했나.
일본이 죽을 맛이다. 전쟁을 못해 근질근질한 나라가 일본이다. 북한 미사일이 툭하면 일본 영해 또는 EEZ(배타적 경제수역)에 떨어져 조업 중인 황금어장 어민들이 늘 불안에 떨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엔 요격하겠다고 별렀던 일본 상공을 드디어 통과했고 홋카이도(北海道) 아오모리(靑森) 등 12개 지역에 대피방송까지 했다. 북한은 을지훈련 중인 한·미 연합군도 무시했다. 저 미쳐 날뛰는 흉악범을 언제까지 두고만 볼 건가. 미국에선 북한을 용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바마 때 여성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지낸 수잔 라이스(Rice)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 기고문 '북한 문제는 너무 늦지 않았다'에서 '과거 미·소간 핵문제 처리 방식처럼 북한 핵도 인정,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제 불가라는 건가. 트럼프 정권의 잦은 '대화 해결'설 또한 심상치 않다.
그런데 북한은 왜 문재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 또는 '집권자'라고 부르면서 연일 비난은 왜 하나. 레드라인 언급을 '주제넘은 망동'이라고 했고 '운전석에… 운운'도 '헛소리 하지 말고 입 다물고 있는 게 현명한 처사'라며 무시했다. 왜 문재인 실명 호칭은 피하나? DJ 노무현의 대북 노선을 따르겠다는 선언만은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