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경악시킨 연쇄 살인마는 남녀가 따로 없다. 직업군도 다양해 종교 지도자에 평범한 회사원도 있다. 놀라운 건 의사와 간호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국내 방송이 소개한 '세계의 사이코패스 톱 10' 명단에는 '죽음의 간호사'로 불리는 '지닌 존스'(미국)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5개월간 18명의 영유아를 살해했다. 병원을 옮겨가며 약물을 이용해 아이들을 죽인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인 헤럴드 시프먼(영국)도 포함됐다. 2002년 조사위원회는 시프먼이 살해한 환자가 모두 215명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가 살해했을 것으로 의심이 드는 환자 45명을 포함하면 희생자가 최대 260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다 2005년 목을 매 자살했다.
독일의 한 간병인이 약물을 이용해 90명을 살해했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이다. 올해 40살인 닐스 회겔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 6명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2015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약물을 과다 주입하는 수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독일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그가 최소 84명을 더 살해한 사실을 밝혀냈다. 2001년 이후 90명의 환자를 약물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됐다. 회겔은 '약물을 주입한 뒤 본인이 직접 환자를 소생시키며 도취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병원은 그가 환자를 소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사망자 수도 증가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검찰은 130여 구의 시신을 대상으로 약물 검사를 시행한 결과 증거를 확보했다. 시신에 대한 약물 검사가 여전히 끝나지 않아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언론은 2차대전 후 최악의 인명 피해 사건에 독일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의사·간호사·간병인의 사이코패스 행각보다 더 충격인 건 미국의 법(法)이다. 텍사스 주(洲) 교도소에 수감 중인 지닌 존스는 2018년 출소할 예정이다. 텍사스 주는 감형제도를 두고 있는데, 모범 생활로 형기가 3분의 1로 줄어든 때문이라고 한다. 간호사가 연쇄살인을 한 것보다 그를 풀어주는 법이 더 황당하고 놀랍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