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반려동물 '복지 전문가' 양성 시급
자원봉사단체 활동으론 한계 지원방안 필요
유기·학대·방치 줄고 국민 의식수준 향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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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어느 날 60대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자식들 모두 출가 시키고 노부부만 남아 외로워 반려견 입양을 고려하고 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 여러 얘기를 주고 받아 결국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의 수가 1000만을 넘었다는 보도는 꽤 지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산업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 지속적으로 발전하다가 IMF 이후 잠시 주춤했다. 2005년도 이후 입양된 반려동물 수와 사료 및 용품 등의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의 반려동물 시장은 약 4조원 정도로 대규모 산업이 됐다.

이 외에도 산술적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부가적 가치를 합산하면 엄청난 경제규모라고 할 수 있다.

세계미래학회의 미래 10대 유망산업 중 하나로 선정된 반려동물 산업은 크게 분양, 진료, 사료 및 용품, 훈련, 문화 콘텐츠, 동물 복지, 동물매개 치료 분야 등으로 분류 할 수 있다. 분야에 따라 상당부분 정착돼 있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이 아직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개나 고양이가 무슨 문화가 되겠느냐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엿한 가족으로의 지위를 누리는 반려동물은 현대인의 새로운 문화가치로 인정되고 있다.

한동안 많은 대학에서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신설해 증가하는 반려동물 산업에 대비한 인력양성을 시도했으나 반려동물 산업이 시들해지면서 많은 대학에서 학과를 폐쇄한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으로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개발 및 사회적 기여 분야 등의 인력을 양성했더라면 더 참신한 반려동물 문화가 증가하는 반려동물 수만큼 발전했을 것이라고 본다.

외국의 경우 평생교육원과 같은 교육기관에서도 동물매개치료(pet assisted therapy·PAT) 전문가를 양성해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심리정서적 재활치료에 활용하도록 하고, 반려동물 문화 콘텐츠 개발 전문가를 양성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몇 개 대학이 PAT 전문가 양성과 문화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서 학계 및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아울러 늘어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대두되고 있는 사안이 동물복지 분야이다. 동물복지법 시행이후로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러 매체에서 공장식 동물 생산 및 동물 학대에 관한 내용들이 보도돼 세간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국민의식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동물복지 전문가의 양성이 매우 시급한 부분이다.

현재의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 등 자원봉사단체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교육기관 및 정부기관의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한 시기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및 산하기관 등에서 많은 정책방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으로 반려동물 산업을 활성화 시키기를 기대한다.

최근 대통령이 유기견을 입양한 것을 계기로 내년부터 유기동물을 입양할 경우 정부지원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정부지원이 가시화되면 유기동물의 학대 및 방치와 관련된 문제가 줄어들고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에서 고령화 문제와 관련된 노인복지정책으로 반려동물 입양을 지원하는 사업이 시행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노인들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입양한 반려동물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상실과 사별로 인해 노인들에게 더 큰 고독감과 비탄을 안겨줬다는 보고는 우리가 향후 반려동물 관련정책에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에 민간단체, 학계 및 정부는 더욱 성숙된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해서 상호협력적 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본다.

/김민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