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개편 일년유예<YONHAP NO-2825>
31일 오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의 불충분 비판여론 수렴"

내년 외고·자사고 동시선발
중2, 고입·대입 이중고 전망

중3, 비수능교과 '재수 부담'


2021학년도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이 1년 미뤄졌다. 교육부가 부정적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루 아침에 개편 수능을 치르게 된 현 중2 학생들은 폭탄을 떠안은 격이 됐다.

교육부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에 맞춰 2021학년도로 예정했던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 시안 2가지 중 하나를 개편안으로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절대평가 범위 등 수능 개편 방향에 대한 교육주체 간 이견이 크고 사회적 합의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다"며 "이런 우려와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편을 유예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당초 영어, 한국사 외에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을 더해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7개 과목 모두 절대평가하는 '2안' 중 하나로 개편할 계획이었다. 2가지 시안을 모두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개편안을 만들기로 함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은 현행 체제로 수능을 치르고, 새로운 수능은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응시하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된다.

이에 중2 학생들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2019학년도 고교입시에서도 외고·자사고 전형이 일반고와 동시에 시행되는 변화까지 처음 맞게 되기 때문. 중2는 고입과 대입 모두에서 '이중 폭탄'을 떠안게 됐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중2는 중3들이 새 교육과정과 수능을 겪는 모습을 보고 학습전략 등을 준비해도 되는 처지였다가 수능개편 첫 적용 학년이 됐다"면서 "2022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나 성취평가제 등 대입제도 전반의 변화가 이뤄지면 혼란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3 학생들도 혼란은 마찬가지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고1이 되면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을 새로 배우지만, 이 학생들이 치를 수능은 현 체제를 따르게 돼 정작 수능 과목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성남 판교에 사는 중3 학부모 차모(48·여)씨는 "혹시나 재수를 하게 되면 개편 수능을 봐야 해 벌써부터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과 수능 과목이 다른 것도 문제다. 뚜렷한 대책 없이 개편만 1년 미룬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험 범위 등 세부사항을 내년 2월까지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선미기자 ssunm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