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10시 수원시 권선구보건소 예방접종실 앞에는 100여명의 주부와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홍역 유행 소식을 듣고 보건소를 찾은 주부 김모씨(32·수원시 권선구 권선동)의 대기번호는 182번. 순서를 기다리며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6세, 4세의 두 아들을 붙잡고 2시간여동안 실랑이를 벌인끝에 가까스로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일반 병원에 들렀다가 의료보험이 안돼 2만5천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보건소를 찾았다”며 “그러나 오전만 예방접종을 하는데다 3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예방접종을 받은 김씨는 행복한 편.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에 사는 양모씨(36)는 둘째 딸(5)의 홍역 예방접종을 위해 하루종일 보건소를 돌아다녔지만 허탕만 쳤다.
 
   관할 소사구보건소에서는 백신이 동이 났다며 인근 보건소로 갈 것을 부탁했고, 원미구보건소에서는 백신이 부족해 1차접종자(생후 12~15개월)만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한다는 얘길 들었다. 세번째 들른 오정구보건소에서는 하루 접종인원(100명)이 모두 끝났다며 다음날 다시 방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양씨는 “2차접종 시기를 제대로 알지못한 부모의 잘못도 있지만,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아이 둔 부모는 죄인처럼 이곳저곳을 끌려다녀야 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인천시 남구 학익동 신모씨(45)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9일 아직 홍역 추가접종을 받지 않은 12살난 딸을 데리고 동네 소아과를 찾은 신씨는 백신이 떨어졌으니 내일 오라는 간호사의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고 다음날 에도 재차 병원을 방문했으나 허탕을 쳤다. 예방접종을 하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백신이 금새 떨어졌기 때문. 결국 신씨는 삼세번만에 자동차로 30여분 떨어진 보건소에서 가까스로 딸의 예방접종을 한 뒤 한숨을 돌렸다.
 
   접종대상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결같이 보건당국의 무책임, 무계획적 방역체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홍역이 창궐하고 있다는데 백신이 동났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소 관계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수원시 권선구보건소 김찬호 소장은 “백신사고가 발생한 후 보건소마다 예진의사를 고용,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며 “이들이 하루동안 접종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은 한계가 있는데, 무턱대고 접종인원을 늘릴 수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건소장은 “백신은 떨어졌고, 아직도 예방접종을 받지 못한 영유아들은 부지기수”라며 “백신과 함께 공공의료의 위상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林星勳기자·hoon@kyeongin.com
/李宰明기자·jmtru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