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수인선 교각 밑 난장판3
일요일이었던 지난 3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역 교량 밑 공원. 소래 어시장 방문객들이 취사금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용, 어시장에서 사온 꽃게를 삶아 먹고 있다. 교량 밑을 가득 메운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생선회와 각종 해산물을 안주 삼아 음주·취사행위를 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수인선 다리 하부 쉼터 조성
일부 시장방문객 취사·술판
잔디밭은 텐트·노점상 점령

남동구 "시설만 담당" 뒷짐
철도공단 "권한 넘겨" 맞서


인천 남동구가 주민들의 쉴 공간으로 조성한 수인선 소래포구역 교량 하부공간이 일부 몰지각한 어시장 방문객들의 술판으로 전락했다. 금지된 취사까지 이뤄지고 있지만 관계기관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3일 오후 4시께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역 교량 밑에서는 어시장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벤치를 차지하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인근 어시장에서 사온 생선회와 각종 해산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고 화투판도 벌어졌다.

'취사, 불을 피우는 행위는 안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교량 기둥에 내걸려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휴대용 가스버너로 새우와 전어를 굽고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다리 아래 잔디밭에는 50여 개의 텐트가 펼쳐져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교량 아래 술판이 벌어지면서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도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

잠시 쉬어가려고 이곳을 찾은 어시장 방문객과 인근 주거지역 주민들은 취객들이 점령한 자리를 바라보고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남동구에 소래포구역 하부 공원의 상행위와 음주·취사행위를 단속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남동구는 지난 2012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철도용지 사용 협약'을 체결하고 수인선 소래포구역 교량 하부 250m 구간에 나무 벤치와 운동시설 등을 설치했다.

이곳은 철도부지로 국유재산법에 따라 고정적으로 텐트를 치거나 불법영업을 할 수 없다. 술을 먹는 행위도 경범죄처벌법상 단속 대상이다. 하지만 시설을 조성한 남동구와 이 부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다.

남동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은 철도용지 위에 조성한 벤치, 운동시설 등 시설물의 관리권한일 뿐 철도용지 전체에 대한 관리권한은 없어 단속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2년 협약 당시 교량 하부 공간에 대한 모든 관리권을 남동구에 넘겼기 때문에 공단의 책임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구가 단속 의지가 있었으면 충분히 단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 공단의 입장이다.

책임소재 공방이 오가면서 남동구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의 철도용지 사용 협약서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정안을 체결해 구가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교량 하부 관리를 위한 단속을 하겠다는 것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결국 구가 해결해야 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협약서 수정안 체결 이후 단속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