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단독매장 잇따라 조성
문구점 등 폐업·매출감소 속출
규제도 없어 상인들 집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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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용품 전문 유통기업 '다이소'가 전국 주요 상권을 초토화하고 있다.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자본력으로 주요 도시마다 3층 이상 규모의 대규모 단독 매장을 잇달아 조성하면서 골목 상권을 싹쓸이하는 것이다. 영세 상점들이 몰린 전통시장과 구도심은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수원 연무시장 상인들은 다이소 입점에 반발하며 집단행동까지 예고했다. 대규모 점포 규제에서도 벗어난 다이소의 공격적 확장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3일 오후 4시께 수원시 팔달구 영동시장 내 다이소 수원 남문점. 지하 2층, 지상 5층에 연면적 3천514㎡로 경기도 내 최대 규모인 다이소 남문점은 주말을 맞아 방문한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상 1층 매장에 들어가자 50명이 넘는 손님이 계산대 앞에서 줄지어 차례를 기다렸다.

판매시설로 등록된 지상 1~5층에서 취급하는 품목만 미용·문구·완구·포장 식품·방향제·인테리어·패션·홈데코·공구·욕실·청소·세탁·수납·주방·도자기·밀폐용기 등 수만 가지의 종류에 달했다. 승강기를 타고 5층까지 올라간 손님들은 대형마트에서나 볼 수 있던 카트에 크고 작은 물건들을 쓸어 담으며 1층까지 내려갔다.

비슷한 시각 다이소 남문점 맞은편 그릇 가게에서는 다이소가 1천~5천 원에 판매 중인 휴지통, 양은 냄비 등 주방용품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30년 넘게 그릇 가게를 운영 중인 장모(56)씨는 "다이소가 문을 열면서 휴지통, 바구니 등 1만원을 밑도는 저렴한 상품들의 판매가 절반 이상 줄었다"며 "고품질의 국내산 냄비마저 다이소보다 비싸다고 사지 않아 값싼 제품은 내놓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다이소 남문점에서 50여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꽃가게 역시 조화 판매가 30%이상 줄었다. 다이소에서 조화에 원예, 식물, 화분, 비료까지 판매하면서다.

20년 넘게 꽃가게를 운영한 이모(45)씨는 "손님들이 다이소에서 거의 모든 물건을 한꺼번에 사면서 5천 원도 안 되는 모종까지 안 팔린다"며 "문구, 주방, 원예 용품을 팔던 가게들은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다이소 남문점 근처 문구점들도 최근 2곳 이상이 문을 닫았다. 다이소 남문점에서 불과 300여m 떨어진 문구점은 지상 2층에서 1층으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직원 3명도 내보냈다.

문구점 주인 정모(50)씨는 "다이소가 펜, 서류철 등까지 팔면서 매출이 20% 넘게 줄어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주변 상권과 겹치는 품목은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근·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