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롯데 면세점
적자 속앓이-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있는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은 앞으로 늘어나는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

1위 롯데 위약금 불구 철수 검토
중소업체 A사 매출의 40% 육박
상반기 54억 영업손실 소송 제기
공사는 위법·형평성 이유로 불가


면세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인천공항에 입점한 한 중소면세점은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들의 임대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5일 면세점 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입점한 중소중견면세점 업체 A사가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며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감액 청구 소송을 최근 제기했다. 인천공항 입주 업체가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사는 중국의 '사드 보복'과 시내면세점 증가에 따른 매출 감소, 인천공항 매장 주변 공사 장기화에 따른 피해 등을 근거로 임대료 인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A사는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으로 539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인천공항공사에 내야 하는 임대료는 210억 원(매출액의 39.6%)에 달한다. A사가 지난달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 상반기 면세점 부분에서 54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봤다.

A사와 인천공항공사 간 면세점 임대 계약 기간은 2015년 12월~2020년 8월로, 3년 가까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A사 관계자는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는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달부터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가 크게 오르는데 사드 보복, 시내면세점 증가 등으로 나빠진 영업 환경 속에서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롯데면세점의 이야기다.

롯데면세점은 3기 면세점 입찰에 연차별 임대료를 써냈는데, 임대료 부담 규모는 1년 차 5천60억 원, 2년 차 5천150억 원에서 3년 차(2017년 9월~2018년 9월) 7천740억 원으로 급격히 높아진다. 4년 차에는 1조 1천610억 원, 5년 차에는 1조 1천840억 원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이 공항면세점 운영으로 올린 매출이 1조 1천455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매출액보다 임대료가 더 높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3천억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 업계 1위의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시장의 신뢰도 잃게 될 수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앞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적자 폭이 커지게 된다"며 "임대료 인하와 관련해 인천공항공사와의 협의가 잘 이뤄지지 못할 경우 여러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업체들이 입찰 당시 스스로 써낸 임대료를 인하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임대료 조정은 관련 법에 어긋나고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임대료를 조정해주면 공사 임직원에게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따라 여객 수가 감소하는 제1여객터미널의 상업시설 임대료를 다시 책정하기 위해 관련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입주한 다른 면세점 업체들도 올 11월께 나올 예정인 용역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