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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피눈물까지 흘리는 피해자에게 '왜 더럽게 피 튀기느냐'며 또 때렸다. 피해자 어머니는 물 한 모금도 못 먹는 딸을 보며 울분을 토했다. 언론보도로 국민을 놀라게 하고서도 가해자들은 여전히 뭘 잘못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이참에 SNS 스타가 되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충격파가 가라앉기도 전, 강릉에서 벌어진 10대 소녀들의 집단폭행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여럿이 한패가 돼 또래를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을 보는 내내 참담했다. 신상 노출을 막기 위해 화면처리를 했지만 10대 소녀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잔혹한 행위가 이어졌다. '감추고 싶은 얘기를 주변에 퍼뜨렸다'는 게 맞을 죄였다. 심신이 망가진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폭행장면을 생중계했던 가해 학생들은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학교 선생님들은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신체적으로는 어른에 가까운데 정신적인 성숙이 뒤따르지 못하면서 교실은 '동물의 왕국'을 방불케 한다. 힘센 학생이 갑이고, 이유도 없는 폭력이 난무한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중2라는 말도 있다.

10대 청소년들이 더 세지고 더 난폭해지고 있다. 남학생이야 그렇다 치고, 여학생도 피해 다녀야 할 지경이 됐다. 강릉과 부산 소녀들에 비하면 예전에 '껌 좀 씹었다'는 언니들은 귀여운 수준이다.

세상은 변해가는데 법과 현실은 여전히 한가하고 낭만적인 수준이다.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觸法少年)으로 분류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인 범죄소년도 교화·선도 우선의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 조숙해진 청소년이 10대 초반부터 어른 범죄를 저지르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아이들 취급하는 것이다.

아들 가진 부모는 '우리 애가 맞고 다니는 게 아닌가', 딸 가진 엄마는 '혹시 못된 짓 당하는 게 아닌가' 걱정한다. 딸 가진 부모는 더 불안하게 됐다. 아들 부모도 걱정거리가 늘었다. '무서운 폭력 소녀가 내 며느리가 되면 어쩌나'.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