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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이었던 1990년대 중반 마광수 교수의 특강을 2번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강의의 주제는 각각 달랐는데, 강의 패턴과 결론은 같았다. 마 교수는 강의장에 들어서자마자 캔 음료를 하나 따서 마시고는 그것을 재떨이 삼아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대학 강단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파격적인 스타일에 많은 학생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자 그는 "저는 담배를 안 피우면 강의 하기 어려워요. 혹시 여러분 중에도 담배 피우고 싶은 사람 있으면 같이 피워도 됩니다."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강의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실제로 담배를 꺼내 피우는 학생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변태 교수 정도로 이해하는데, 저를 비판하는 것은 괜찮아요. 그런데 문제는 저의 글이나 강의를 한 번도 듣지 않은 사람들이 저를 무조건 욕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사석에서 어떤 중년 부인이 대 놓고 제 험담을 하길래 '혹시 제 책 읽어 보셨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런 저질 책을 제가 왜 읽어요!' 하며 화를 내더군요."

마 교수의 주장은 간단했다.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性)에 대한 이중 잣대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령 젊고 섹시한 여성이 길을 걸어 가고 있으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속으로는 '죽인다'고 하면서 겉으로는 "미친×"이라고 욕을 한다는 것이다. 또 그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성(性)에 대한 담론은 자유로워야 하는데, 성범죄자 중에서 유독 화이트칼라 계층이 많은 것은 성(性)을 앞에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음지에서만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위선적인 구조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마 교수는 문학 외에도 역사, 철학, 미술, 의학 등 다방면에 걸친 지식과 경험을 쏟아냈는데, 결론은 기성세대가 '꼰대 의식'을 버려야 모순적인 사회가 바뀔수 있다는 것이었다. 강의를 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동안 차마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대신 해주어서 속이 시원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 간 것일까. 아니면 직업선택을 잘 못한 것이었을까. 마 교수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하늘나라에서는 그의 이상형이었던 '즐거운 사라'와 꼭 해후하길 바란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