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핵 동결·미래핵 해체·과거핵 폐기 과정
비핵화·관계 정상화·평화협정 등 연계 필요
남북·북미대화·6자회담 재개 여건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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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난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상당히 우려스럽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은 고통이다. 북핵은 임박한 위협이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주변국과의 협력하에 평화적 해결의 지혜가 요구된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핵보유국인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담판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듯하다. 지난 4일 유엔안보리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논쟁에서 시작해서 논쟁으로 끝났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중국이 대북압박과 제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주장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비롯한 대북원유지원 중단을 강력히 제기했다. 중국은 미국의 책임론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이 북핵 개발의 원인이고 압박제재 일변도가 북한의 핵능력을 더욱 고도화시켰다는 주장이다. 북미간의 쌍중단(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양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제시했다.

원유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산업 전력용, 군대 훈련용, 주민 왕래수단용이다. 중국은 3회 정도 송유관을 통한 대북원유 중단 사례가 있다.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중단했다. 북한에게는 고통을 주지 못했다. 중국이 대북원유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북한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내세워 중국을 포위한다고 느끼는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세컨더리 보이콧을 예고한다. 중국은 경제·금융을 포함해서 명실상부한 G2 국가이다. 미중간의 연간 교역액은 6천200억 달러를 상회한다. 미중간의 경제전쟁은 양국 모두 거대한 손실을 수반한다. 경제적 셈법에 능통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손실을 감당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치권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제기한다.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검토의 필요성은 있다. 도움보다 손실이 크다면 의미가 없다. 첫째, 전술핵이 있는 상태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없다. 둘째, 전술핵이 있어도 우리가 운용할 수가 없다. 셋째, 한반도 핵우산을 약속한 미국에 대해 불신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넷째, 군비경쟁에 의해 한반도가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다섯째, 중국과 러시아의 보복으로 제2의 사드화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서 독자 핵무장의 주장도 있다. 수령독재국가로서 연일 고난의 행군을 하는 제2의 북한화를 각오하면 가능하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는 피할 수 없다. 핵무기는 도미노 현상이 강하다. 한국이 핵무기를 가지면 일본과 대만의 핵보유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한국·일본·대만이 핵을 가지면 미국의 영향력이 사라진다. 미국이 한국의 핵을 용인할 수 없는 이유이다.

북한 핵문제는 1989년 프랑스 상업위성 SPOT-2가 촬영한 영변핵시설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했다. 오늘날 북한핵의 고도화를 보고 28년 동안 대화·제재의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나친 결과론적 해석이다. 1994년 북미간에 북핵동결의 제네바합의가 있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토대한 북핵동결의 2.13합의, 북핵불능화의 10.3 합의가 있었다. 2008년 12월 6자회담 전면중단 후 북한은 5회의 핵실험과 60여 차례의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대화중에는 북핵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대결중에는 북핵고도화로 나아감으로 보여준다. 북핵문제의 과정론적 해석에 해법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의 단계적·포괄적 접근은 과정론적 해석에 토대한다. 현재핵의 동결, 미래핵의 해체, 과거핵의 폐기가 단계론이다. 비핵화·관계정상화·평화협정 등의 연계가 포괄적 접근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합의·이행·검증·새로운 합의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으면서 진전한다. 시간·인내·비용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 기조는 대화와 압박의 병행전략이다. 북한의 도발에 압박의 모습은 보이지만 대화의 목소리는 없다.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에 동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 재개를 위한 환경과 여건 조성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위기 속 대화의 출발점은 물밑접촉이다. 물밑접촉은 협상의 ABC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