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9절(건국기념일)엔 5차 핵실험을 한 북한이 금년 9·9절은 도발 없이 보냈다. 트럼프의 '9·9 전쟁'설이 두려웠던 건가. 그 대신 조선중앙TV는 종일 세습체제 선전에 열을 올렸고 김일성 부자 동상 헌화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로동신문은 또 원폭 수폭에다 ICBM까지 거머쥔 핵보유국임을 강조, 계속 첨단무기 제조를 역설했다. 그런 북한 9·9절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축전에서 우호관계를 강조했고 지난 7일 블라디보스토크 경제포럼에선 "조선은 핵 포기를 묘지 초대장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작년 4월 28일 북한 당·정 간부들에게 배포된 김정은 발언록 '절세(絶世)의 위인(偉人)과 핵 강국' 내용이 9일 일본 언론에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말씀)이 '우리 공화국 첨단 무기와 장비 하나하나가 내 육친(김정일)처럼 중요하게 느껴진다'는 거다.
그런 김정은에게 핵을 버리라고 하는 건 금수산 궁전의 김일성 부자 시신을 내다버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지난 3일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 전자기파인 EMP(electromagnetic pulse)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 모든 전쟁 무기의 기능을 일시에 마비시키는, 핵보다도 강한 최악의 무기가 EMP라는 거다. 아무튼 북한은 핵 보유도 EMP 준비도 미 제국주의 침략에 대비한 자위권 차원이라고 했다. 북한 외교부차관 최희철이 지난 8일 평양주재 몽골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 우호국 대사와 대리대사를 불러 역설한 것도 '자위권 차원'이었다. 그러나 멕시코는 지난 7일 북한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좋아하지 않는 인물'로 퇴거를 명령했고 카에타노 필리핀 외상은 그 이튿날 북한과의 무역거래를 중지시켰다.
북한은 '유엔의 추가 제재엔 강력 항거하겠다'고 했고 김영재 대외경제상은 7일 블라디보스토크 경제포럼에서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지사와 회담하기도 했다. 그런데 스위스 홍콩 중동제국 금융기관에 가명으로 예치한 김정은 혁명자금이 30억~50억 달러라고 했다. 대남 적화 혁명 자금이고 남조선 5천만을 제 무릎 밑에 냅다 꿇리는 자금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