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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엔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미국 텍사스 주 남부 휴스턴(Houston)을 강타,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강풍과 함께 무려 1천300㎜의 물 폭탄을 퍼부어 38명이 사망, 100만 명이 대피했고 미 정보분석회사 CLGXN은 피해액을 370억 달러로 집계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 허리케인 어마(Irma)가 시속 210㎞로 카리브 해 섬들인 버진 아일랜드→푸에르토리코→도미니카→아이티와 산토도밍고→쿠바와 바하마를 거친 뒤 10일(미국시각) 미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Key West)에 상륙, 어마어마한 피해를 끼쳤다. 650만 명이 피난, 43만 가구가 정전됐고 1만여 편 항공기 등 교통이 완전 마비됐다. 플로리다는 동으로 대서양, 서로 멕시코만을 낀 채 암소 유두(乳頭)처럼 돌출한 땅으로 트럼프가(家)의 휴양지를 비롯해 고급 휴양지와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로 유명하다. 16세기 초 스페인 사람이 처음 이주했고 1763년까지 영국 땅이었다.

멕시코엔 또 지진에 이어 허리케인까지 겹쳤다. 지난 7일 심야에 덮친 8.1 지진으로 90여 명이 죽고 특히 해발 1천500m의 오악사카(Oaxaca)주 피해가 심해 병원과 호텔까지 무너졌다. 그랬는데 3일 만인 10일엔 미 플로리다 주에 허리케인 어마와 거의 동시에 허리케인 카티아(Katia)가 상륙해 3명이 죽고 4천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멕시코의 정식 국가 명칭은 'Estados Unidos Mexicanos'고 스페인어로는 Mejico, 멕시코(Mexico)인 자국 발음은 '메히코'다. 그런데 하비→어마에 이어 또 다른 허리케인 호세(Jose)가 미국 땅에 상륙할 기세라고 해서 미국인들은 '트리플 허리케인'이라 부르고 그 무섭고도 놀라운 허리케인을 미 기상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따뜻해진 바닷물 탓이라고 했다.

한반도야말로 지상에 썩 드문 축복의 땅이다. 그런 태풍과 지진이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런데 TV 현지 특파원들은 한결같이 허리케인으로 미 플로리다 주와 멕시코가 '초토화됐다'고 보도했다. '초토(焦土)'란 불에 타 검게 된 흙이고 그렇게 되는 게 '焦土化'다. 그야말로 물과 불을 구별하지 못하는 무지고 배꼽 빠질 소리다. 또 하나 배꼽 잡을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은 북녘에 있지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