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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열광한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강백호(원작 사쿠라키 하나미치)다. 주먹 센 싸움꾼인 그는 여자친구를 사귀기 위해 농구부에 입단한 괴짜다. 격렬하고 거친 몸싸움으로 코트를 지배했다. NBA 시카고 불스 팀의 리바운드왕 데니스 로드먼이 롤 모델이었다고 한다.

국내 야구계에도 강백호가 나타났다. 올해 고교야구 전국대회 등 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422(102타수 43안타) 2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투수로서도 평균자책점 2.43(3승 1패)의 뛰어난 성적을 냈다. 만화가 아닌 서울고 3학년생이다. 엊그제 끝난 제28회 세계청소년(18세 이하) 야구선수권대회에서 30타수 12안타(타율 0.400)로 타선을 이끌며 대표팀 준우승을 견인했다. 투타 겸업이라 투수와 포수를 번갈아 본다. 벌써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의 오타니 쇼헤이 선수와 비교되며 '호타니'로 불리고 있다. 오타니는 투수가 주업이고, 타자는 알바다.

수원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 kt 위즈가 강백호 선수를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했다. 지난해 KBO 리그 꼴찌팀이라 우선권을 쥔 kt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선택했다. 김진욱 감독은 투·타 겸업 선수로 쓰겠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내년 즉시 전력감으로, 투수로 나설 때는 포수가 아닌 외야수로 기용하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내 프로야구계에도 투·타 겸업 선수가 있었다. 해태 타이거스의 김성한 선수다. 엉덩이를 뺀 독특한 자세로, '오리궁뎅이'로 불리며 프로야구 원년인 82년부터 95년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숱한 기록을 남겼다. 투수로서 4시즌 동안 통산 방어율 3.02를 기록, 총 167이닝을 던졌고 1982년에는 무려 106.1이닝을 소화했다. 10승 - 10홈런 - 10도루 - 3할 타율 - 타점왕이라는 진기록과 사상 최초로 투타 10-10-10클럽을 개설했다.

팬들은 벌써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하며 맹활약하는 강백호의 '마법'이 kt의 가을 야구 초대장을 선물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프로야구 팬들도 한국의 '호타니'가 보여줄 마법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