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도·청라 10만 인구 성장
영종은 경제구역 50% 해제
정부의 공항연계사업 외면
숙박용지 미확보 '베드타운'
도심과 분리, 중구 '두살림'
해제지역 기반시설 부담도

공항 종사자 거주를 위한 신도시에 공동주택과 상업시설이 새로 들어설 때만 해도 영종도 주민들은 인천공항이 완공되면 중구에서 분구(分區)해 새로운 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영종 주민들의 기대는 거기까지였다.
세계 최고의 공항을 둔 영종도는 배후도시의 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정부와 공항공사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하는 '버려진 섬'으로 전락했다. 연간 1억여 명이 찾는 인천공항을 지척에 두고도 공항 이용객으로부터 외면받는 영종의 실상과 대안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영종경제자유구역
정부는 지난 2003년 8월 중구 영종, 연수구 송도, 서구 청라지구를 우리나라 최초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목적은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한 국제도시의 기능을 갖춘 경제중심지였다.
송도와 청라는 각각 송도·청라국제도시로 개발돼 지금은 신도시마다 인구 10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송도·청라국제도시는 무역, 숙박시설, 대형쇼핑몰, 컨벤션센터, 국제기구, 국제교육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국제도시다운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반면 영종지구는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경제자유구역의 50%가 해제됐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영종은 개발사업과 토지거래 제한으로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당초 계획했던 개발사업과 기반시설은 추진되지 못한 채 '미개발지'로 전락했다. 주변 산업이라고는 공항중심의 물류시설과 저층 상가주택, 빌라촌이 우후죽순 늘면서 난개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영종지역 주민들은 인천 3개 경제자유구역지구 중에서 '미운 오리 새끼',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데에는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와 청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영종을 홀대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공항공사마저 공항 운영에만 치중해 영종과 연계한 관광사업이나 비즈니스 개발모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외면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영종지역은 경제활동이 없는 전형적인 베드타운(bed town) 기능만 남아 있다.
■잘못된 도시계획, 미흡한 교통망
영종지역에는 외국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없다. 숙박 시설을 유치하고 싶어도 도시계획상 이미 용도가 지정돼 지을 땅이 없기 때문이다. 송도·청라국제도시와 달리 영종은 도시계획이 국제도시 개념으로 이뤄지지 않고 일반적인 도시계획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게 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나마 구읍뱃터 인근만이 유일하게 개발할 공간이 남아 있는 정도다. 공항 1단계 건설과 제2여객터미널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한 원룸은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공실이 늘어나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통망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항신도시 분기점 도로 표지판에는 서울, 송도·인천대교, 공항신도시만 쓰여 있다. 도로바닥표지도 마찬가지다.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교통망은 영종과 연계를 고려하지 않고 서울 통행 위주로 건설돼 있다. 이곳 주민들은 "영종은 중구 전체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중교통망마저 미흡해 자가용 없이는 이동하기가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한 지붕 두 집 살림
일반적으로 기초자치단체마다 구민회관이나 체육시설, 복지시설의 경우 1개씩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구는 도심지역과 영종지역에 각각 하나씩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섬지역인 영종이 도심지역과 거리가 먼 데다 육지 도심지역에 위치한 복지시설 등을 이용하려면 인천·영종대교를 통행해야 하는데 통행료 부담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곳 주민들의 문화·복지 시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영종에 복지회관이나 장애인복지시설을 설립하겠다고 하면 시에선 "한 구에 똑같은 시설을 두 개씩 짓느냐"고 하면서 예산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게 구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는 "도심지역과 영종이라는 두 개의 구를 운영하는 것처럼 예산과 행정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경제자유구역 해제 지역의 기반시설은 중구가 사업비를 부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0억원의 빚을 낼 정도로 구 살림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공항공사 재산에 대한 분리과세 등 감면제도로 인해 정상적인 세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구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각종 허가권은 경제청이 쥐고, 도로 건설과 청소 등 뒤처리는 구가 맡아서 하는데도 주민들한테 욕을 먹을 때면 차라리 다른 구로 전출 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진호기자 province@kyeongin.com